<팔공시론> 액취증
<팔공시론> 액취증
  • 승인 2009.01.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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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열 (성형외과 원장, 의학박사)

최근 액취증 수술 후에 생긴 겨드랑이 흉터에 대해 흉터 교정수술을 하면서 과거 필자가 성형외과 파견 시 수술한답시고 만들었던 흉터나 그 때 느꼈던 문제점들이 생각났다.

피부과 전공의 3년 차 시절에 모 대학병원의 성형외과로 파견을 갔는데 가장 관심 있게 본 것이 액취증 수술이었다. 당시 일본에서 성형외과 수련을 마치고 이 대학에 과장으로 오신 분이 지금은 돌아가신 최성천 교수였다.

3개월의 파견기간에 이 수술 하나만이라도 잘 배워 가면 파견 온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하여 이 수술에 자주 참가하였다. 덕분에 액취증 수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 파견을 마치고 다시 본원으로 돌아왔을 때 열심히 이 수술을 해보았다. 그러나 30년 전인 그 때는 지금과 달라 피부과에서 병원 수술실을 이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마취과의 수술실 배정 때 혹은 다른 외과 선생님들로부터 이상하다는 눈총을 받으며 불편하게 수술실을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수술에 대하여 체계적인 공부를 하지 못하고 한 가지 수술만을 배우다 보니 조금만 결과가 다르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당황스럽고 힘들었다. 이러한 상황들이 성형외과를 다시 정식으로 배워야겠다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액취증의 빈도는 몽고 계통에서는 열 명에 한 사람 꼴이고 중국인은 서른 명에 한 명, 백인에서는 열 명 당 여덟 명 그리고 흑인에게는 거의 모두에게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액취증은 에크린선이라는 일반적인 땀샘이 아닌 아포크린선이라는 특별한 땀샘에 의한 것으로 이 땀샘의 분비물은 동물에서는 그 동물만의 독특한 체취를 만드는 것이나 사람에게서는 별 기능이 없다.

땀 자체는 냄새가 없는데 피부표면으로 분비된 후 피부에 있는 여러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냄새가 나는 물질로 변하게 된다. 이는 우성유전을 하며 거의 모든 예에서 귀지가 마른 귀지가 아닌 축축하고 습한 현상을 보인다.

부모 중 한쪽이 액취증을 가지고 있으면 자녀의 50%에서 나타나고 양쪽 부모가 모두 가지고 있으면 80%에서 나타난다. 냄새는 사춘기 때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운동을 한 후에는 더 심해지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많은 학생들이 이 냄새로 매우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냄새만 나지 않는다면 흉터가 아무리 크게 생겨도 괜찮다고 하여 아무데서나 수술을 한 후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를 하는 환자들을 자주 보게 된다. 비수술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겨드랑이의 털을 제거하거나 탈취제를 사용하거나 혹은 알코올 소독으로 세균을 없애거나 하는 것이나 완전치는 않다.

최근에는 보톡스를 겨드랑이에 주사하여 땀을 적게 나도록 하여 냄새를 줄여보지만 이 또한 근본치료는 아니며 효과는 6개월 정도 밖에 지속되지 못한다. 확실한 치료를 위해서는 이래저래 수술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수술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가장 간단한 것은 과거부터 해오던 외과적 방식으로 털이 나 있는 부분을 절제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잘라낸 면적만큼의 넓은 흉터가 길게 남게 된다. 다른 방법으로는 주로 성형외과에서 하는 것으로 겨드랑이 중앙에 구멍을 하나 뚫고 피부 밑으로 터널을 만들어 피하지방 층에 위치한 아포크린 땀샘을 전부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수술 후 어깨를 움직이면 수술 부위에 피가 고여 겨드랑이 피부가 죽을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심하게 흉터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민소매 옷을 입고 손잡이를 잡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환자들의 얘기를 들을 때면 정말 의사들이 수술을 잘 해 줘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설프게 제모 침을 사용하여 자갈처럼 오돌토돌한 흉터를 만드는 일, 겨드랑이 피부를 통째로 절제하여 넓은 흉터를 만드는 외과적 방법, 수술 후 잘못된 관리로 피부가 죽어 형성된 흉터들, 염증 후에 발생한 피부 낭종, 그리고 꿰맨 자국이 보기 싫게 남은 모양 등을 너무도 자주 본다.

열악해진 의료 환경 탓에 액취증에 관한 지식이나 수술 술기에 익숙하지 않은 여러 과 특히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피부과 등의 의사들이 너도나도 이 수술을 하는 바람에 민소매 옷을 입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다는 젊은 여자 환자들을 양산하지나 않을까 염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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