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국회전쟁은 언제 끝날까
<대구논단> 국회전쟁은 언제 끝날까
  • 승인 2009.01.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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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국민의 대표자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의 여야싸움이 연말연시를 기하여 일단 소강에 들어갔다. 연말을 넘기지 않고 강행처리를 할 것으로 점치고 있던 많은 국민들의 의표를 벗어나 회기 말인 1월8일까지 잠정 휴전에 들어간 셈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도 휴전을 하자고 덤비는 판이니 당만 다르지 같은 국회의원들이 휴전 좀 한다고 대수로울 것은 없지만 해머와 전기톱까지 등장했던 정경에 견주면 싱겁다.

국회의장실과 본회의장을 기습점령하고 있는 민주당의 전략은 물어보지 않아도 그 통속이 훤하다. 몇 년 전의 노무현대통령 탄핵당시 격렬 저항하는 모습으로 국민의 동정을 샀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싶은 것이다. 이번에도 물리적인 힘으로는 대항이 힘들다. 경호권이 발동되면 아무리 등산용 자일로 몸을 묶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더 걸릴 따름이지 끌려 나가는 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때 그들의 쇼맨십이 최대로 발휘될 호기다. TV카메라가 부산하게 돌아가는 순간 몸부림을 치며 악을 써야 한다. 이것은 과거 소수파가 항용 써먹던 수법이다. 소수파는 언제나 야당이었기에 `야당투사’들의 진면목을 보여주기만 하면 동정도 얻고 인기도 올라가는 것으로 공식화되어 있다. 민주당 측에서 철옹성처럼 쌓아놨던 의자 등을 치우고 기자들에게 본회의 농성장을 공개한 것도 모두 사전포석에 속한다.

야당의 전략을 이미 꿰뚫고 있는 여당이 이에 홀홀히 말려들지 않은 것은 어쩌면 높은 전략인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여당의 주문을 받아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디데이가 미뤄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야당의 헛김을 빼자는 수법일 수도 있다. 지금 야당은 장기농성으로 인해서 지칠 대로 지쳐 있다. 금년 겨울은 비교적 따뜻할 것으로 장기예보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세밑 추위는 마음까지도 얼게 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치고 전반적인 내수부진에 구조조정의 태풍까지 몰려와 국민들의 가슴은 납덩이를 얹은 것처럼 무겁기만 하다. 게다가 혹한이 닥쳐 춥기만 한데 아무리 난방이 잘 되는 국회의사당이라고 하지만 보름씩 집에도 가지 못하고 노숙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끌려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기실 자당의 이익을 더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싸움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의문은 더 하다. 과거 베트남 전쟁 때에도 미국을 비롯한 참전국들은 하나같이 베트남 국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고 외쳤지만 지나치게 오래 계속되는 통에 염전(厭戰) 사상을 불러왔다. 미국 내에서 반전운동이 벌어져 그 파문이 더욱 커졌다.

춘추전국 시대에도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힘을 자랑하는 항우가 고향을 떠나 너무 오랫동안 전쟁터에서 살다보니 휘하 장병들이 모두 염전사상에 빠졌다. 이를 역이용한 유방은 멀리 포위망을 치고 초나라 음악으로 항우의 부하들을 나른하게 만든다. 처자식을 떠난 지 몇몇 해던가. 굶어 죽었는지, 아프지나 않은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고향을 생각하게 만드는 구슬픈 피리가락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도망병이 되는 것이다.

이를 후세 사람들이 사면초가(四面楚歌)라고 불렀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의 투쟁양상은 기선을 제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허약하기 짝이 없는 사면초가의 입장이 아닐까. 그런데 생각하지도 않았던 구원병이 나타났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원래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국회법에 따라 의장으로 당선하면서 당적을 버렸다. 여야 어느 측에도 속하지 않는 공명정대한 중립자세를 취하라는 법의 규정에 의해서다.

삼권분립의 바탕 위에서 입법부 수장이 된 김형오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야만 한다. 여야의 날카로운 대립에서 한 발 물러나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래서 장고를 거듭했고 연말을 넘겼으며 드디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여 1월8일 회기 말까지 모든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야당은 반겼지만 여당은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청와대는 함구하고 있지만 심기가 불편하다.

국민들의 여론은 예산안도 통과된 마당에 이를 집행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했을 때 민생에 끼치는 악영향을 크게 걱정한다. 국회의장의 이미지는 개인적이지만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각국의 노력과 함께 우리의 자세도 `비상적(非常的)’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법률들은 대부분 민생과 관련된다. 하루가 늦춰지면 그만큼 피해가 커지는 분야도 많다. 직권상정이 됐을 때 물리적 충돌은 불을 보듯 뻔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비상정국에 알맞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국회전쟁은 빨리 끝내는 게 서로 유리하다. 답답한 마음에서 에두르지 않고 직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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