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이두 문자박물관 건립 3대문화권사업에
<달구벌 아침>이두 문자박물관 건립 3대문화권사업에
  • 승인 2012.06.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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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영 지방분권운동본부대구경북본부 집행위원장

문자는 인간을 동물과 구별 짓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꼽힌다. 말하는 인류는 저마다 문자 갖기를 열망했다. 우리겨레는 한자를 독창적으로 활용한 이두로 기록문화를 꽃피웠다. 우리는 금속기·토기·기와·목칠기·비문 등 다양한 재료에 새겨진 이두문을 통해 신라인의 문자생활은 물론 신라 특유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두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하던 차자표기법(借字表記法)의 하나로, 공문서와 가사 또는 편지에서 사용되어 우리말의 고유성을 살렸다. 주로 실용문이나 한자라는 문자를 빌어서 우리말을 표기한 관리들의 행정 관공 문서에 쓰였던 까닭에 19세기 말까지 천년 넘게 사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두는 일본에 전파 되어 일본 가타가나 문자와 쿤텐(훈점)의 성립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이두는 동아시아 공통의 지적 코드인 한자를 주체적으로 활용하여 창안된 동아시아 문명교류사의 기념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이두의 고향인 대구경북에서 이두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이미 생명을 다한 죽은 문자 대하듯 하고 있어 안타깝다할 것이다. 표기수단으로서 이두는 이미 후세문자인 한글에 그 자리를 내줬지만 `이두정신’만은 그의 고향땅에서 영원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문화적 안목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갑골문 발견 당시의 예화를 상기해 보고자한다. 중국 안양현의 한 농부는 문자가 새겨진 뼛조각을 처음 발견했다. 그것을 사들인 약재상은 `용의 뼈’라고 떠들며 팔고 있었다. 1899년 북경 도서관의 관장 왕의영이라는 사람이 학질에 걸려 누웠다. 친구인 유악은 한약방에서 왕의영을 위해 `용의 뼈’라고 알려져 있는 농부의 약을 지었다. 그는 뼈를 살펴보다가 지금의 한자와 비슷한 그림들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왕의영의 병이 낫자, 두 사람은 한약방을 돌아다니며 그림이 새겨진 용의 뼈들을 사다 모았다. 수집된 약용 뼛조각들은 연구 끝에 사마천의 『사기』에 전설로 기록되어 있던 최초의 한자인 갑골문으로 확인되었다. `모르면 팔만대장경도 빨래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갑골문도 모르면 돌팔이의 약용 뼛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대구경북에서 이두는 어떠한가?

잘 알려졌다시피 경상북도에서는 역사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통한 성장을 기본 골자로 하는 3대문화권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주를 비롯한 영천, 경산, 청도 등지를 신라문화권으로 분류해 의욕을 보이고 있으나, 과거의 재현에 갇혀 미래를 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기왕의 유물유적 중심의 3대문화권사업에 신라정신의 정수인 이두를 집대성한 (가칭) `동아시아 문자박물관’ 조성으로 세계화 시대의 다문화 가치 함양과 3대문화권사업의 내포적 확장을 추진해볼 필요성을 제기해 보고자한다.

박물관은 과거를 담는 그릇이면서 미래를 보여주는 문화의 창이다. (동)아시아 문자박물관은 현대인의 트렌드에 맞게 이두의 가치를 재해석해서 21세기적 문제의식을 반영해 문자를 매개로 한 문화산업, 교육산업, 디지털IT산업과 융복합 된 문화콘텐츠가 살아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가족동반 휴식공간이 되도록 조성되어야 한다.

`이두박물관’은 새롭게 제시된 박물관 추진방향을 적극 수용하여 단순 전시공간을 넘어 지역주민의 삶과 욕구를 반영한 주민만족의 문화시설, 도시재생의 선도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라는 여망을 품고 출발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과거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박물관이 아니라 경영 측면도 고려한 문화산업의 창업보육센터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동아시아 문자박물관의 건립을 통해 실질적 `글로컬센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이름을 달리하는 (동)아시아문화교류센터라 하겠다.

실크로드의 땅 끝에서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인의 마음으로 이두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문화자원으로 되살릴 때이다. 잘 만든 박물관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알콘(알짜콘텐츠)이다.

삼성현이 탄생한 교육도시 경산은 갑골문(甲骨文)이 발굴된 한자의 도시 중국 안양처럼 이두문자 도시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 문화에 종속되지 않는 토착문화의 재생이 지역문화를 살린다. 비록 시대착오적(!)이라하더라도 이두로 표기된 상징거리를 만든다면 내국인은 물론 근접한 동아시아인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삼국통일을 기록한 이두의 부활에서 대구경북은 동아시아의 특색 있는 도시로서 문화적 소임을 계승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라인의 마음으로 죽은 문자 이두를 되살피자!

◇(지면 허락하면 넣어주시고요) 참고로 문자박물관과 관련해서는 브라질의 상파울로에 세워진 포르투갈 문자박물관이 사회통합을 중점 목표로 2006년 3월 개관했다. 중국은 2009년 11월 갑골문의 고향인 하남성 안양현에 한자박물관을 개관했다. 한국에서는 한글박물관이 2011년 7월 착공을 시작했다. 2013년 완공을 목표로 국립중앙박물관 부지 안에 지하1층·지상3층 규모로 건립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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