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여성의 정치참여
<달구벌 아침>여성의 정치참여
  • 승인 2012.06.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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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민 경북새일지원본부 연구원·정치학박사

지난 해 9월 27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는 `여성이 살기 가장 좋은 곳’을 여성에 관한 법적지위, 건강상태, 교육정도, 경제, 정치 등 5개 분야에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전 세계 165개국의 여성이 살기 좋은 정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아이슬란드가 법적 지위 100점 만점, 교육 96.7점, 정치 92.5점 등 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점수 100점으로 1위로 꼽혔다. 뉴스위크는 “아이슬란드는 여성대통령을 배출했으며, 여성문제를 감독하는 별도의 정부 기관을 두는 등 오래전부터 여권보호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2위는 아이를 낳으면 부모 모두에게 1년 4개월간의 유급휴가를 주는 스웨덴(종합점수 99.2점)이었으며, 3위 캐나다(96.6점), 4위 덴마크(95.3점), 5위 핀란드(92.8점) 순이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과연 몇 위일까? 한국은 건강(92.9), 교육(91.9)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법적 지위(76.1), 경제(66)에서 점수가 낮았으며, 특히 정치(25.9)에서 부끄러운 수준의 점수를 받아 종합점수 69.6점으로 80위에 머물렀다.

우리 정부의 조사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1년 한국의 성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성평등지수는 완전평등 상태를 100점으로 봤을 때 62.6점에 불과하다. 성평등 수준이 가장 높은 부문은 보건부문이었고, 가장 낮은 부문은 의사결정직 부문이었다. 더구나 보건과 안전 부문은 이전에 비해 성평등 수준이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의 성평등 순위를 매긴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135개국 중 107위를 기록했다. 여성의 안전을 강조하지만 매일매일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 법·제도는 향상되고 있지만 현실과의 괴리는 너무나 크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성 격차가 여전하며, 양성평등가치의 실현이 저조한 이유가 정치영역에서의 성불평등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정치참여가 확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정치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의원은 역대최다인 47명이지만 오히려 여성정치 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후퇴한 선거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이는 선거법상 지역구 30% 여성공천과 각 정당에서 내세운 여성공천규칙이 지켜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각 정당은 여성후보 지역구 공천을 앞다퉈 내놨지만, 공천결과 전체 지역구 후보 902명 가운데 여성후보는 63명으로 7.0%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여성의원 비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0년 말 한국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14.5%로 이는 국제의회연맹(IPU)의 조사대상 155개 국 가운데 80위로 아프리카 가봉과 같은 수치였으며, 세계 평균 19.1%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경북의 지방의원 중 여성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4.6%로 이전 선거보다 2.0% 포인트 증가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경북여성은 정치적으로 과소 대표되고 있다. 이는 지방여성의원 전국 평균 20.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제주, 전북에 이어 전국에서 최하위권 수준이다.

정치에서 여성의 소외는 자원이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분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에 어긋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대표성을 고려할 때 여성이 정치참여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은 바로 대의정치가 근본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야 모든 분야의 정책결정과정에 여성의 요구와 권리가 고려되어 결국, 사회구조가 양성평등하게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지역구 30% 여성후보 공천을 의무화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개혁 방안을 고민해야 할 이때에 아직도 우리 정치권은 여성이라서 안 된다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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