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동네의 잔치와 DIMF
<달구벌 아침>동네의 잔치와 DIMF
  • 승인 2012.06.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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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남 박사(THE IMC 대표)

옛날에 동네에서 잔치가 열리면 온 동네가 시끌벅적하였다. 잔치를 하는 집뿐만 아니라 온 동네 주민들이 참여하여 동네 청소를 하고 돼지잡기, 전부치기, 술 담그기 등의 음식을 마련하고 공연을 준비하였다. 장날에는 다른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동네에 잔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초청을 하였다. 동네의 잔치는 주민들이 남의 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자발적으로 각자의 할 일을 찾아 준비하고 함께 즐겼다.

동네의 잔치를 잘 치루기 위해 주민들이 함께 준비하고 손님을 초청하고 맞이한 것은 잔치가 결정되면 잔치를 하는 집이 동네에 잔치를 먼저 알리고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의논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체적인 잔치의 계획이 세워지면 협력의 체계가 마련되어지고 의사소통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요즘은 보기 드물지만 동네의 잔치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키워드인 개방, 공유, 참여의 정신이 잘 실현된 남의 잔치가 아니고 우리의 잔치였다.

지금 대구에서는 세계적인 잔치가 열리고 있다.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지난 15일의 개막행사 `뮤지컬의 밤’을 시작으로 7월 9일까지 25일간 개막작 뮤지컬 `아리랑 판타지’와 DIMF의 대표작 뮤지컬 `투란도트’, 2011년 최고의 화제작 뮤지컬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 중국대형뮤지컬 폐막작 `단교’ 등 총 9편의 국내외 수작들이 공연되고 있다.

또한 DIMF가 `강추’하는 창작지원작 6편, 젊음과 패기가 가득한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6편 작품, 자유참가작 2편 등 총 23개의 뮤지컬 작품과 다양한 부대행사 등이 대구에서 현재 공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DIMF가 2012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지방브랜드 세계화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제6회 DIMF는 대구시민들의 잔치가 아니라 잔치를 준비하는 그들만의 잔치이다. DIMF는 행사준비와 관련된 정보들이 시민들에게 별로 개방되지 않아서 시민들은 어떻게 행사가 준비되고 있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거의 알지 못하였다. DIMF는 가끔의 언론보도, 행사 홈페이지, 최근에 개설한 트위터 등을 통해 행사준비를 알리고 있지만 형식적이고 전시적인 홍보에 그치고 있다. 행사준비 과정의 정보와 참여의 영역이 공유되지 못하다 보니 시민들은 소외되고 일방적 홍보의 대상이 되기만 했다.

많은 대구시민들이 언제, 어디서, 무슨 뮤지컬이 공연되는 지조차 알지 못하고 다른 시도민들에게 홍보하고 참여를 권유할 수도 없었다. 그 결과 DIMF가 공연도시 대구의 대표적인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민들조차 많이 관람하지 않고 있다. 정보가 부족하여 DIMF의 좋은 뮤지컬 공연을 보지 못하는 것은 행사의 성공을 떠나 일상적인 문화 인프라의 부족으로 다양한 뮤지컬 공연에 갈증을 느껴온 대구시민들에게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향유할 기회와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DIMF가 국제적인 행사가 되고 공연도시 대구의 대표적인 행사로써 시민들과 함께하는 행사가 되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행사관련 정보를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 시민들이 행사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서야 한다. 동네의 잔치에서 주민들 모두가 잔치의 주인의식을 가지고 준비에서 행사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던 것은 정보의 공개가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행사 준비와 협력을 위한 공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정보를 접하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달랑 홈페이지이만 마련하고 와서 이용하기를 바라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맞게 다양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셋째, 일정 비율의 관람석은 대구시민들이 적당한 가격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관람함으로써 공연의 마중물 같이 흥을 돋우고 열기를 고조시킬 수 있으며 관람후기의 광범위한 확산을 통해 타시도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 될 수 있다.

DIMF가 공연도시 대구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한다. 시민들이 관객으로만 대상화 되거나 잘 몰라 외면하는 행사되면 전국적인 행사, 세계적인 행사가 될 수는 없다. DIMF 준비과정과 행사 정보가 개방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참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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