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방송법과 한미 FTA 등 쟁점 안건들을 `MB 악법’으로 규정하고 국회통과를 저지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지향하는 정치이념이 다름을 전제하면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파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리는 쟁점법안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율하는 것이야말로 고도의 정치력이요 협상력이다.
의회정치의 기반을 대화와 타협에 두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게 할 능력이 없다면 스스로 국회를 떠나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정당이기주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작금의 민주당과 민노당은 실로 망국적인 폭력집단으로 각인되고 있다.
전국의 언론들이 민주당의원들의 귀가 따갑도록 질타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의 국회에서 상임위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공사장의 대형망치로 문짝을 깨부수고 전기톱으로 자르던가. 천인공노할 일이 아닌가. 본회의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체인을 감은 것으로도 모자라 공업용본드로 열쇄구명을 막아 쓸 수 없도록 한 짓은 또 무엇인가.
김형오 국회의장의 처신도 문제다. 대화를 촉구하는 것인지, 의정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우유부단한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있다. 질서유지 권을 발동할 생각이었다면 해머와 전기톱이 등장한 그 때 즉각 발동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해가 바뀐 상태에서 또다시 난장판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의장이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8일까지 직권상정을 않겠다고 한 것도 참으로 안이하다. 마냥 미뤄나간다면 하루가 급한 법안처리도 덩달아 미뤄진다. 경제위기에 그처럼 느긋할 수가 있는가.
이런 상황이고 보니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나서서 대국회호소문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경제가 회생할 수 있도록 국회가 힘을 모아서 계류 중인 한미FTA 비준동의안 등 경제관련 법안들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달라는 호소를 국민의 절규로 받아 들여야 한다.
위기의 국가경제를 직시한다면 지난주에 여야가 소수의 핵심쟁점 법안을 제외한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假)협의안’이든 새로운 합의안이든 일도양단의 타결로 끝장내어야 한다. 현 정국을 야당이 4월 재-보선까지 끌고 가려는 심산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국가적 위기를 당리당략에 이용한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퇴출될 것이다.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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