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행복지수는 성적순이 아니다
<달구벌 아침>행복지수는 성적순이 아니다
  • 승인 2012.07.0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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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동 경일대학교 기획처장

얼마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2012학년도 수능 모의고사 전국 고등학교별 성적이 공개되었다.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학군의 모 고등학교는 수능 1~2등급 비율이 평준화 일반고 가운데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또한 1~2등급 비율이 높은 대구 상위 10개교 중에서 달성군의 한 학교를 제외하고는 수성구의 학교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쯤 되면 `대구의 강남’이 아니라 `전국의 수성학군’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한 학교에서 수능 1~2등급 비율이 25%를 넘어서고 서울 강남의 학원에서도 수성구 고교의 시험문제를 구입해 분석한다니 다른 지역의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광역학군제로 제도가 바뀌면서 다른 학군에서도 수성구의 고교로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자녀들이 고교에 진학할 시점이 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수성구로 이사를 하거나 위장전입을 통해 자녀들을 수성구의 학교로 진학시키는 학부모들이 아직도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수성학군의 또 다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발생한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한 수성구 S고등학교 학생의 자살과 이미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성구 D중학교 학생의 자살사건 등 청소년 자살사건이 가장 자주 발생하는 지역 역시 수성구이기도 하다. 즉, 전국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가장 많지만 스트레스와 학교폭력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들도 가장 많은 아이러니 학군인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가. 수성학군 내 학생들에게도 양극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른 지역보다 양극화가 훨씬 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 일반계 고교 중에서 가장 높은 수능 성적을 자랑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다른 지역보다 훨씬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자신감을 잃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예를 들어 다른 지역에서 상위권에 속하던 학생이 수성구로 전학을 와보니 중하위권을 맴돌면서 학업에 흥미를 잃고 상위권 학생의 들러리로 전락하게 되면서 방황과 좌절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학력 고소득층 학부모가 가장 많은 수성구답게 자신의 자녀들이 전국에서 알아주는 학력수준에 도달해있다는데 부모들은 자부심을 갖는지는 몰라도 정작 아이들은 전국에서 입시경쟁이 가장 치열한 전장(戰場)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서남부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인구 70만의 소국(小國)인 부탄은 1970년대부터 `국가총행복(GNH : 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것을 국가정책에 도입해왔다. 다른 나라들이 국민총생산(GDP)이 얼마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인가에 골몰하고 있을 때 부탄은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고민했다. 그래서 지금은 세계에서 국민행복지수 1등 국가가 부탄으로 손꼽히고 있다.

부탄 국민들은 `소유’와 `소비’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숭고한 정신세계’를 추구하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유지하며 `개발’ 보다는 `보존’을 택하고 국왕은 국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세계 최고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처럼 국민행복지수는 그 나라의 경제력, 군사력과는 별개였던 것이다.

부탄왕국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우리 어른들이 수성학군의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어렴풋이 감이 오지 않을까 한다. 아니 굳이 부탄왕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며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아이들이 무엇을 그토록 갈망했는지 고민해야 한다. 어른들은 높은 수능 성적이 아이들의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믿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친구들과의 경쟁 보다는 우정을, 남을 밟고 올라서기 보다는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우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희생될 때마다 교육당국과 학교는 임시방편적인 대책만 앵무새처럼 반복할게 아니라 학생들의 행복지수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위해서는 `소유’와 `소비’를 최우선 행복조건으로 삼는 어른들의 이데올로기부터 바뀌어야 한다. 어른들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수성학군의 청소년들은 지금처럼 다른 지역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러움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받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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