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커피한잔 하실래요?
<달구벌 아침>커피한잔 하실래요?
  • 승인 2012.07.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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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환 변호사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
개성파 연극배우로 각인되어 있던 윤석화 씨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부드러운 여자’로 바꿔 놓은 건, 그녀의 손에 들려져 있던 단 한잔의 커피였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커피 역사는 고종황제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아관파천(俄館播遷) 시절에 고종황제께서는 러시아 공사(웨베르)로부터 커피를 소개받은 후 커피 애호가가 되셨다지요. 그 시절에 커피는 `가배차[茶]’ 또는 `양탕(洋湯)국’이라 불리었구요.

필자는 촌에서 올라온 촌놈이지만, 마음만큼은 `광역시’라 자부하는데요, 필자의 커피 역사는 딱 1년만큼만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는 술과 커피에는 도대체 적응이라곤 되지가 않는 체질의 촌놈인지라, 술만 먹으면 한 구석에 고꾸라져 잠이 들고, 어쩌다가 실수로 커피라도 한잔 한 날이면, 그날 밤은 잠 한숨 못자고, 꼴딱 새기가 일쑤였습니다.

꼭 1년 전 쯤의 어느 날이었는데요, 점심식사로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원하게 한 그릇 들이킨 후에 선배 K변호사님을 따라 H커피점을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선배 K변호사께서 주문하시던 메뉴가 너무도 멋있게 보여, 촌놈인 저는 뭔지도 모른 채 덩달아 `케냐AA’를 주문했었지요. 잠시 후 시커먼쓰(?) 커피 한잔이 제 앞에 놓이는데, 그놈의 커피 한잔, 쓰기는 왜 그리 쓰고, 맛은 또 왜 그런지... Oh My God! 고종황제시절에 왜 이놈이 `양탕(洋湯)국’이라 불렸는지를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커피잔 옆에 놓여져 있던 하얀색 각설탕 두 개가 유난히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아닙니다. 멋대로 상상하진 말아주세요. 안 넣었습니다. 먹지도 않았구요, 선배 K변호사께서 각설탕 두 개를 손도 안 대고, 커피맛을 음미하고 계시길래, 촌티 안내고 덩달아 멋있는 척 해보려고 저도 각설탕에는 손도 안대고, 끝까지 `케냐AA`를 마셨습니다. 쭉쭉~ 촌티 안내려구요.

그러던 촌놈이, 불과 1년 만에 `커피 맛을 조금 아는 남자’가 되었습니다. 아직 체질 개선이 덜 된 탓에 핸드드립(Hand Drip) 커피를 진하게 마시는 날에는 밤잠을 조금 설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여러 종류의 커피를 제법 즐기는 편입니다.

케냐AA를 처음 맛본 그날, 바리스타(Barista)를 보다가, 갑자기 소믈리에(Sommelier) 생각이 나서, 와인을 입안에 드리우듯, 커피 한 모금을 입안에 드리운 다음, 장난스레 혓바닥을 이래저래 굴려보았는데, 정말 오묘한 맛들이 그 짧은 순간순간 혓바닥 이곳저곳을 놀래키더군요. 커피에 신맛이 있다는 것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커피가 입안에서 머물다가 식도로 사라지는 바로 그 순간, 혀끝에서 식도 바로 앞까지 Gradation 효과처럼 순차적으로 농(濃)과 담(淡)이 느껴지는 쓴맛의 감촉, 커피가 입안에서 사라진 후에도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애잔한 향기... Ureka!!!

요즘 같이 우중충하게 더운 여름날에는 더할 나위 없는 청량감과 그윽한 커피향을 안겨주는 아이스-더치커피(ice-dutch coffee) 한잔이 제격인 듯합니다. 더치커피(dutch coffee)는 `대항해 시절, 네델란드 상인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유럽으로 커피를 실어 나르는 장기간의 항해 중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고안했다’고 전해지는데요, `바람과 파도에 의해 요동치는 범선(帆船) 위에서 불을 피워 커피를 끓여 마시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테고, 핸드드립 같은 추출도 힘이 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찬물로 추출하는 더치커피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합니다.

`물방울 커피’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더치커피는, 물방울을 1~3초 간격으로 떨어트리는 소위 water-drip의 방식으로 추출하기 때문에, 추출되는 양에 따라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10시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한데요, 그래서 `기다림의 커피’라는 애칭이 따라 붙습니다. 물론 커피 전문점에서는 큰 기다림의 필요 없이 바로 드실 수 있습니다.

더치커피는 찬물로 추출하기 때문에 추출과정에서 향이 바로 증발하지 않고, 언제든지 은은한 향으로 즐길 수 있는데요, 카페인은 80℃ 이상의 고온에서 발생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더치커피는 저처럼 커피 때문에 잠 못 이루시는 분들도 걱정하지 않고 드실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독자여러분 어떠세요, 커피 한잔? 그러면서, 귀에 익숙한 광고문구 한번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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