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사 선방에 면벽하고
화두란 놈은 잡지도 못하고
詩나 한 편 건져볼까 용써 보는데
참말 거시기 참 장한 낙숫물 소리
귓속 가득 웅웅대며 밀려오는데
나는 절간 귀퉁이 옹기 속
간수에 절은 된장덩이처럼
푹푹 잡념에 퍼질리고 앉았겄다.
이 밤도 서요양병원 집중치료실
냉장고 채소칸 사과알처럼 이울고 있을
아부지 그 시린 뒤척임 속으로
빗발은 떨어져 내릴 터
빗물 들면 장이 안 되느니라
할매의 넋두리 생각타가
한 시절 지붕이었던 그 사내의 숨결
허나 오늘은 붙잡고 싶어도 우우 밀려가는
낙숫물의 시간, 빗방울 위에 또 빗방울
악착같이 따라붙는 지독한 우기
처마 지나 도랑 지나
계곡으로 뒤통수 밀며 가는 물들의 두런거림
물살의 시간, 밀어 주어야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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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경북 의성 출생. 1991년 `심상’ 신인상 등단. 경북대 국문과 대학원 문학박사. 대구시인협회 회원. 계간 `사람의 문학’ 편집위원. 능인고등학교 교사
해설) -해설 김연창-
화두를 잡고 있긴 애당초 글러 먹었다. 낙숫물 소리가 장대하니 화두는 고사하고 시 한편 건지기도 요원하다. 물이 흐르듯 시간이 흘러 지붕이었던 아버지는 이미 노쇠했을 터. 물살이 흐르듯 사람 또한 밀어 주며 살아가는 것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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