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칼럼>정치자금=뇌물=치부(致富)
<대기자 칼럼>정치자금=뇌물=치부(致富)
  • 승인 2012.07.0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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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大記者

이명박 정부가 말기에 들어서면서 측근 비리가 극점을 향해 줄달음친다. 정권초기부터 말썽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달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막바지에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전 재산을 사회에 헌납 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에 처음 인사내용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이 대통령의 재산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컸다. 퇴임 후 살 집 한 채만을 남겨놓고 전 재산을 내놨으니 보통 사람으로서는 실행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동안 아홉 명의 대통령이 지나갔지만 단 한 사람도 자기의 재산을 내놓은 사람은 없다. 오히려 대통령직의 이름으로 엄청난 정치자금을 모아 개인재산으로 치부하기까지 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수천억씩 부정축재를 했다는 혐의로 감옥까지 살았고 추징금이 선고되었으나 아직까지 다 갚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삼은 집권 말기에 아들 김현철이 불법 정치자금을 모았다가 감옥을 들락거려야 했다. 김대중은 홍일 홍업 등 아들 셋이 하나같이 부정축재를 한 것이 들통 나 모두 유죄판결을 받고 징역을 살았다. 노무현은 본인을 포함하여 부인과 딸 등이 모두 불법 정치자금과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조사받던 도중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명박만은 수백억의 재산도 내놓고 유난히 돈에 만은 완결한 정권임을 강조하여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보기도 했으나 `역시나’였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는 누가 뭐라고 해도 친형 이상득이었다. 그는 18대 총선 때 나이 좀 먹은 사람들은 공천에서 모두 도륙을 당할 때 유일무이하게 혼자서 살아남았다. 많은 이들이 그의 출마를 만류했다. 동생이 대통령인데 형이 국회의원이 되면 모든 이권운동이나 인사문제에서 그에게 쏠리는 힘의 강도가 너무 셀 것이라는 염려에서였다. 더구나 대기업의 대표를 거쳐 의회진출에 성공하면서 6선을 기록하면 국회의장을 차지하는 게 아니냐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출마를 감행했고 압도적으로 당선했다. 여론이 나빠질 것을 염려한 탓인지 국회의장은 단념하고 자원(資源)특사로 세계 각국을 누비며 지하자원 등의 공동개발에 큰 역할을 맡았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세심한 관찰대상이었으며 기회만 있으면 그에게 날카로운 검증이 가해질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었다. 그에게는 오랫동안 데리고 다닌 박영준이 뒤치다꺼리를 한다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박영준의 꼬리는 밟히지 않는 그림자였다. 이런저런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조사해 봐도 결정적인 증거를 남기지 않아 무혐의로 끝났다. 왕차관이라는 별명을 즐기던 그도 이제는 검찰의 추적을 뿌리치지 못하고 걸려들어 영어의 몸으로 지낸다.

방통위원장 최시중 역시 위태위태하더니 결국 쇠고랑을 찼다. 정권의 실세로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좋았지만 말년을 그르쳤으니 땅을 치고 후회한들 뭐하랴. 신문기자 출신으로 존경받는 원로 언론인으로 남았으면 큰소리 뻥뻥 치며 노년을 지냈을 터인데 동정불금이다. 이들 중에서 박희태는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하면서 한때 명대변인으로 촌철살인의 독특한 유머감각을 지닌 사람인데 정치말년은 불우하게 된 셈이다.

만사형통 이상득 역시 쇠고랑 신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상득, 최시중, 박희태 세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대학도 동기인데다 각기 자기 분야에서는 일가견을 이룬 인물들이다. 그들이 더 이상의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분수를 지켰더라면 만인의 존경을 받는 어른 노릇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길거리에서라도 누가 얼굴을 알아볼까봐 머리를 돌려야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다.

수치심이 있고 창피한 줄 안다면 그동안 국가사회로부터 받아온 과분한 대우의 만분의 일이라도 보상하기 위하여 스스로 사회봉사의 역할을 택해야 한다. 그들이 모두 돈과 관련되어 지탄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재산을 털어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려주는 슬기를 발휘해야만 한다. 그들이 정치자금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받은 돈은 대부분 뇌물일 수밖에 없다. 정치자금은 국가사회를 위해서 쓰여야 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통일에 이바지하고, 헌법을 준수하며, 국가유공자의 보훈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권이나 인사를 대가로 한 명목을 내건 정치자금은 없다. 그러나 큰돈은 모두 대가성으로 주고받는다. 그래서 개인 치부로 귀착하면 나라는 영원히 썩은 냄새로 진동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명예를 회복하는 길목에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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