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달구벌 아침>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승인 2012.07.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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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학교 폭력문제로 최근 여섯 달 동안 대구경북지역에서만 13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한 토론회 발표내용을 보면 참으로 의미심장하고도 황당하다.

한 정신과 의사는 “문제가 불거지면 빨리 덮고 최소화하려는 교육당국의 태도가 변해야하며, 무엇보다 고위험군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하였고, 한 현직교사는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면 교육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요구 된다”고 보았으며, 한 청소년단체 의 청소년 대표는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학교인권조례가 하루빨리 제정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청소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들을 중심에 놓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 변호사와 교육청 장학사는 청소년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놓고 보다 더 처벌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들은 학교폭력 관련 법률에서 가해학생들에 대한 조처가 너무 약하고 추상적이라고 지적하는가하면 경찰의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하였다. 대구의 강남이라고 부르는 수성구의 한 학교 교사는 “사회는 난리법석이지만 교사와 소통이 되지 않는 학생들은 정작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이 세 부류의 의견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사회적으로 권력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학생들을 더욱 더 강하게 처벌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청소년들과 좀 더 일선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저런 야단법석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정작 아무런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고, 교사와 학생들은 여전히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차원의 학교폭력 대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일선학교의 상황은 여전히 바깥의 어떤 난리 법석에도 상관없이 학교폭력은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로 협력해야 할 세 파트너십의 3박자가 전혀 따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 이 장면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많은 예산을 들여서 폭력실태 전수조사 같은 것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 급박한 시점에서 무엇이 적절한 처방책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전수조사보다는 학교현장에 전문 인력들이 재빨리 투입되어 학생들의 문제와 고통을 시급하게 파악하여야 할 것이며, 근원적인 학교환경의 변화를 가져오도록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교원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교과부가 올 연말부터 시행한다(1012년 7월12일)는 것이다. 어른들이 하는 짓이 참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정작 고통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의 문제나 학교폭력의 원인을 규명하여 이를 시정 보완하려는 노력보다는 간접적으로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교원들에게 가산점을 주어 그들의 업적에 반영하고 서로 경쟁시키겠다는 이 천박한 발상이 우리 교육현장의 수준인가?

왜 학생폭력문제를 학생들과 직면하여 해결하려 하지 않고 교사들에게 미끼의 형태로 유인책을 던지는가? 교사들의 업적평가에 왜 청소년들을 수단화하는가? 상과 벌로 다스리는 정책은 가장 게으르고 능력이 없는 어른들이 하는 짓임을, 용량이 부족한 턱걸이 사회에서나 하는 가장 단순무지한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이 시점에서 우리 아이들의 고통스런 절규를 듣지 못하고 어른들이 이런 개념 없는 짓을 하고 있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 몰릴 것이다. 일제교사의 성적이 높은 대구시 수성학군에서 학생들의 자살빈도가 높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청소년은 사회와 문화를 지속시켜 주고 미래를 담당하여 끌고 나갈 미래의 주체일 뿐 아니라 현재의 사회를 변화시켜 가고 새로운 현재를 창조해 나가는 현재의 주체이기도 하다. 개개인들의 재능과 자질이 합하여 국가의 미래라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경쟁이 아니라 협동과 배려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키워내야 할 것이다. 경쟁은 사회에 나가서 하는 것이며, 학교교육에서는 협동과 연대, 나눔과 상생을 배워야한다는 것을 어른들은 되새기고 또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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