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는 이 강산에
찔레꽃 핀다
눈송이처럼 새하얀
찔레꽃 핀다
후미진 언덕에
전설처럼 핀다
죽어서 남은 자의 혼백같이
서러운 몸짓으로 하얗게 피는 꽃
살아서 남은 자의 혼백같이
그윽한 향기로 피는 꽃이여
천수답 두 번 갈이 하다가 돌아오는
박서방 얼굴에도 피고
상치쌈 한 소쿠리 날된장 가득
저녁상 내는 아낙 얼굴에도 피어
푸른 오월 무성한 풀잎사이로
쏟아지는 별떨기
꽃뱀도 잠이 들어
아득한 나라
소리 없이 떨어지는
눈물만큼이나 진한
꽃이 핀다
오월에는 이 강산에
찔레 꽃 핀다
경북 상주시 만산동 출생. 영남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졸업. 1976년『현대시학』추천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상주시 및 경북지부장 역임. 영남대학교 강사, 상주고등학교 교장 역임. 흙의 문학상, 제1회 상주문화상 등 수상. 시집으로 「돌담쌓기』(1978),「상주」(1986)등이 있다.
시는 삶의 진실을 추구하고 표출하는 예술 가운데 가장 함축성과 신선한 이미지를 지닌 예술의 한 양식이다. 그런 시가 지닌 본래의 기능을 시인 박찬선은 `상주 · 45’에서 잘 표출하고 있다. 찔레꽃은 우리 백의민족의 한과 설움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서민과 민초들의 `소리 없이 떨어지는 / 눈물만큼이나 진한’ 찔레꽃은 다름 아닌 한 시인의 심오하고 절묘한 시를 통해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
이일기(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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