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결혼불능세대
<달구벌 아침>결혼불능세대
  • 승인 2012.07.2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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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민 경북새일지원본부 연구원·정치학박사

요즈음 방송되고 있는 TV 광고 중 이런 카피가 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힘든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은 제대만 하면 끝인 군인을 부러워하고, 군인은 편안하게 누워서 TV를 볼 수 있는 백수를 부러워하고, 백수는 취직을 해서 상사에게 혼나는 직장인을 `넌 취직이라도 했지’라며 부러워한다. 이 광고를 보고 모두 힘들고 바쁘게 살고 있는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혼자 웃은 적이 있다.

이 광고는 서로의 처지에서 서로를 부러워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다소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지만, 내가 이 광고를 보고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열심히 살아가지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공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요즈음의 우리들의 힘들고 팍팍한 현실을 표현하는 신조어들이 많다. `워킹 푸어’에서 시작하여 `하우스 푸어’, `허니문 푸어’, `베이비 푸어’, `실버 푸어’로 이어지는 일련의 푸어(poor) 시리즈는 물론이고, `88만원 세대’, `삼포세대’(연애, 출산, 결혼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말도 있다.

그리고 이 말들은 곰곰 살펴보면 모두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교육하며 집을 장만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우리네 인생의 고달픔을 표현한 말들이다. 그리고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인 구조적 모순들을 빗대 표현하고 있는 말들이기도 하다.

통계를 보면 결혼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한국인구학회에 의뢰해 조사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 전수 결과 심층 분석을 위한 연구’를 보면 남성의 초혼 연령은 1990년 27.9세에서 2010년 31.8세로 3.9세 늦어졌다. 여성 역시 24.8세에서 28.9세로 4.1세 늘었다. 그리고 남녀 모두 30대 미혼 비율의 증가폭이 커졌다.

1995년 18.6%였던 30∼34세 미혼 남성의 비율은 2010년에는 49.8%까지 증가했고, 35∼39세 미혼 남성 비율 역시 6.1%에서 26.9%로 늘었다. 결혼하지 않은 25~29세 여성은 같은 기간 28.5%에서 67.8%로, 30~34세 미혼 여성은 6.2%에서 28.5%가 되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결혼이 점점 늦어지거나, 아예 생략되는 추세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새롭게 등장한 말이 바로 `결혼불능세대’이다. 이 말은 최근 출간된 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결혼불능세대라니 과연 무슨 말일까? 결혼불능세대란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못 하는 세대가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결혼불능세대가 의미하고 있는 것은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이 늦어지는 것이 단순히 눈높이가 높아지고 까다로워서 혹은 개인의 삶을 사랑하고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아니라 정치경제적이고 구조적인 조건들이 그들의 선택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대다수인 노동시장 구조에서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기도 어렵고, 상당수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이동하여 비싼 월세 사느라 돈을 모으기도 어렵고, 부모님의 도움 받고 빚 얻어서 `허니문 푸어’로 겨우 결혼하더라도 비싼 교육비로 자식 하나 낳기도 빠듯하다. 게다가 결혼과 출산, 양육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반강제적인 경력단절은 결혼과 출산 자체를 꺼리게 만든다.

결국 우리 젊은이들을 아예 사랑하고 결혼조차 할 수 없는 결혼불능세대로 만들고, 설사 결혼하더라도 OECD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적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최근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온갖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광고카피처럼 듣기만 해도 달콤한 구호들도 많다. 지금부터 5개월간 우리 모두가 할 일은 과연 누가 우리 젊은이들이 결혼하기 좋은 살기 좋은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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