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다 어디갔어 이거?
<달구벌 아침> 다 어디갔어 이거?
  • 승인 2012.07.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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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남 박사(THE IMC 대표)

이전에 유행하던 개그프로그램의 코너 `위대한 유산`에서 개그맨 황현희는 지난 시절의 놀이, 먹거리, 제품 등을 들어 따지듯이 “다 어디 갔어, 이거 다 어디 갔어?”를 연발하였다. 지난 시절 인기를 끌던 것들이 현재는 사라지고 유산이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 유행어로 표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사라져 가고 있는 것에 조만간 이것도 하나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구 SW인재, 다 어디 갔어 이거?”

세계경제산업의 패러다임이 지식기반 경제 체제로 전환되고 지식과 기술혁신이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의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IT산업에서 핵심적인 영역을 차지하는 SW인재들이 점점 대구를 떠나고 있다. 그 이유는 대구의 SW산업 침체에 따른 SW개발자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과 산업 환경에 있다. 대구의 SW산업은 현 정부의 IT산업 경시풍조와 대기업의 구미 정보통신사업 축소에 2008년의 금융위기가 겹쳐지면서 점점 침체되어 가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시장 규모가 작고 산업기반이 부실한 대구의 SW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방안을 대부분 대기업 SI의 하청화와 관급 용역에서 찾았다. 대기업 SI와 관급 용역은 기업의 매출을 축소시키고 매출 축소에 따라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SW개발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불하고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게 하였다. 열악한 근무조건은 SW 개발자들이 현업을 떠나 자영업자로 전직하거나 서울로 이직을 하게 하였다. SW산업은 3D 업종으로 치부되고 있다.

높은 노동 강도와 단순 개발에 치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나 SW제품 개발은 뒷전으로 밀리고 SW개발자의 동기부여와 자긍심도 땅에 떨어지고 있다. 대구 SW산업의 현실은 고급인력 부족 사태를 초래하고 대중소기업간, 서울과 지역의 임금격차는 새로운 우수 인력의 충원을 어렵게 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는 우수한 인재들은 대구 SW산업의 현실이 척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대구의 SW기업에 취업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SW개발자들은 “솔직히 대구의 벤처기업에 가봤자 단순 코딩업무나 개발 외에 할 게 별로 없고 대우도 좋지 않아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구의 우수한 필수 인력과 고급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SW기업은 고부가가치의 SW제품 개발이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R&D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기업의 유지에 급급하고 있다. 당장 제품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인력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와 같은 악순환의 반복은 점점 대구의 SW산업 환경을 더 열악하게 하고 있다. SW 인력난은 대구 SW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SW산업 생태계의 복원과 신성장 동력 창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SW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 지식기반 산업으로서 SW산업 전반에 대한 대구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대구는 오랫동안 섬유산업과 자동차부품산업이 지역의 중심산업으로 자리잡다보니 현재 SW산업 관련분야도 아직 지식기반 산업도 제조업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있다.

SW산업은 노동시간에 비례해 제품이 만들어지는 전통적인 제조업과 달리 창조적 지식활동의 결과로 노동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SW산업은 노동집약형 산업이 아니라 지식집약형 산업이다. 그런데 이런 지식기반 산업의 특성을 가지는 SW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일률적인 인건비 기준으로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급 인력을 대구에 붙잡아둘 수 없고 적합한 SW 개발자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두 번째, 대구의 SW산업 전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발전 전략의 수립을 위해 SW산업의 기초통계조사가 필요하다. 기존에 통계청에서 실시하던 대구 IT/SW산업실태조사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전국 IT/SW산업 실태조사’로 2011부터 통합되면서 중단되었다. 대구의 SW산업 기초통계조사가 다시 실시되어 산업의 규모, 시장의 흐름, 기업 현황, 개발환경, 인력의 현황과 특성 등이 상세하게 파악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식기반 산업은 인재가 핵심적인 요소로 우수하고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의 관련학과와 관련된 기초조사와 연구도 동시에 실시되어야 한다.

세 번째, 지방정부, 대학, 기업이 SW 트리플헬릭스를 구축하여 인재 육성, R&D, 시장 확보, 정책지원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트리플헬릭스는 마치 DNA의 이중나선 형태처럼 대학, 기업, 정부가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지식 생산에 참여한다는 모형으로 참여자들 간의 협력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DIP에 유사 트리플헬릭스가 활용되어 성과를 내고 있고 특히 아시아권 트리플헬릭스에 지역의 소장학자들이 중심적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대구의 SW산업에 트리플헬릭스 모형을 적극 도입한다면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시절의 화려한 유산을 그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젊은 생각과 창조적인 혁신으로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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