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주거안정을 위한 네 가지 길
<달구벌 아침>주거안정을 위한 네 가지 길
  • 승인 2012.07.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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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요즘처럼 전월세 가격이 심하게 올라 내키지 않는 이사를 해야 하는 가구의 비중이 높으면 주거안정이 얼마나 소중한 덕목인가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주거안정은 우리나라 주택정책에서 항상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였다. 주거안정이란 주택가격이나 임대료 급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 가지 않아도 되고 집값이나 전월세가 가구의 소득이나 지출에 비해 높지 않아서 주택문제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주거안정을 달성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주거안정을 위해 제안되고 채택되었던 주택정책의 방향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자가 주택보유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자가 주택가구의 비중이 급등했던 영국이나 아일랜드, 스페인 등이 모두 세계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이 폭락하여 금융 불안정뿐만 아니라 경제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가 주택의 비중이 단기간에 높아지려면 장기저리 금융제도가 발달해야 하고 적정한 부동산 투자열풍이 생겨야 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의 급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둘째,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 확실한 수단중의 하나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은 연간 20만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은 건설에 너무 많은 재원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관리운영에도 인력과 재원이 소요된다. 공공임대주택 1호당 최소 1억 원의 재원이 소요된다면 연간 20만호를 건설하는 데만도 20조가 든다.

셋째, 민간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단기간에 자가 주택보유율을 높이기도 어렵고, 재원 부족이나 관리의 문제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의 확보도 어렵다면 민간임대주택의 재고라도 늘려야 한다.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이 늘면 월세와 전세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임대사업자는 충분한 임대수익 확보나 주택가격 상승이 목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대인의 사업목적과 세입자의 주거안정은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마지막으로 민간임대주택의 가격과 임차인의 권리에 대해 공공부문이 규제함으로써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보장해 줄 수도 있다. 임대료의 인상률이나 인상 상한을 규제하거나 임차인의 장기거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민간임대주택재고가 충분하면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관리를 통해 세입자의 주거안정이 가능하지만, 과도한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규제가 임대주택의 공급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임대료를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주거안정을 위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일까? 2009년 3월부터 40개월 이상 전국의 전월세가격이 오르는 동안에도 정부는 뚜렷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자가 주택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대, 민간임대사업자 육성 정책이 모두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자가 주택의 확대가 이루어지기도 어렵고 재정의 부담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도 어렵다. 민간임대사업자들이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로 독신용 월세주택으로 가족용 전세주택을 원하는 세입자의 요구와 거리가 멀다.

이제라도 기존의 민간임대주택의 관리에 눈을 돌려야 한다. 전체 가구의 54.2%만이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고, 공공임대주택에 4% 미만의 가구만 거주하고 있다면 40% 이상의 가구가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잘 관리한다면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나 막대한 재정 부담 없이도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세입자가 최소한 4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1회에 한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주택임대차 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연간 5% 이내의 임대료 인상률 제한을 받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4년을 넘어 장기 임대차 계약을 하거나 임대료 인상률을 낮게 책정하는 임대인에게는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해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계약임대주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재정비 대상 주택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해주고 장기임대차 계약을 유도할 수도 있다. 발상을 바꾸면 세입자의 주거안정 부작용 없이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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