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한국의 로비오, 저커버그를 기다리며
<달구벌 아침>한국의 로비오, 저커버그를 기다리며
  • 승인 2012.07.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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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동 경일대학교 기획처장

핀란드의 `로비오’라고 하면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 하지만 스마트폰 용 모바일 게임인 `앵그리버드’라고 한다면 다들 `아~’하고 무릎을 칠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앵그리버드는 전 세계적으로 10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게임이다. 이 게임을 만든 로비오 사는 내년 상장을 앞두고 유럽판 페이스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에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하면 휴대폰을 생산하던 노키아였으나 이제 로비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대세를 간과해 영광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핀란드의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로비오의 창업주 3명은 노키아가 2003년 주최한 모바일 게임 개발대회에서 우승한 청년들이다. 로비오의 대표를 맡고 있는 마이클 헤드와 니클라스 헤드, 피터 베스터바카는 50개가 넘는 게임을 만들었지만 모두 신통치 않은 실적을 남기며 어려움을 겪던 중 집에 계신 할머니가 단순한 슈팅게임에 몰입하는 것에 착안, 지금의 앵그리버드를 만들게 되었다.

유럽에 로비오가 있다면 미국에는 `페이스북’이 있다.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가 2003년 하버드대학교 2학년생 시절 페이스매시라는 이름으로 처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가입자 9억 명에 4조 3천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로비오와 페이스북은 청년창업의 아이콘이 되어 예비 창업자들의 우상이 되었다.

미래의 로비오와 마크저커버그를 꿈꾸는 한국청년들이 삼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대학생의 청년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작년부터 전국 15개 대학을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해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일대학교를 비롯해 계명대, 영남이공대학이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되어 2년간 50억 원을 지원받으며 지역의 대학생과 예비창업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창업교육과 창업동아리 지원, 실전창업리그를 통해 미래의 CEO들을 육성하고 있다.

또한 창업선도대학 중에서도 특히 앱 창업에 강점을 보이는 대학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앱 창업전문기관’을 선정해 앱 창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경일대학교와 동국대, 한국산업기술대, 건양대학교 등 4개 대학이 선정되어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벌써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경일대학교 실전창업리그 출신 박근혜 씨는 지난해 전국대회인 `대한민국 실전창업리그 슈퍼스타V`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3천만 원의 포상금과 1억 원의 엔젤투자까지 받았다. 누에고치에서 화장품의 주재료인 천연파우더를 추출하는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창업선도대학에서 매년 개최하는 예비기술창업자 모집에는 기관별로 2백여 명 이상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 지역의 창업열기를 엿볼 수 있다. 창업아이템도 한 분야에 몰리지 않고 다양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자동차 블랙박스부터 한글교육 로봇, 스마트폰·스마트TV용 어플 등 기술경쟁력과 시장전망이 밝은 아이템들로 넘쳐난다.

물론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난관도 만만치는 않다. 최근 경기불황에 따라 자영업자의 절반이 개업 2년 내로 절반이 문을 닫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오고 있고, 창업 후 기반안정화까지 도달하는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창업지원기관도 중앙정부, 지자체, 대학 등 단일화되지 못하고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체계적인 창업교육은 이제 막 첫 단추를 꿰었다고 할 단계에 와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은 넘어야할 작은 산에 불과하다.

아직도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 취업에만 목을 매고, 대학들은 저마다 몇 년 내로 세계 몇 대 대학에 들어갈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최근 들어 지방대생에게 대기업 취업의 문을 넓히겠다고 하지만 어차피 나눠야할 파이의 몫은 한정되어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들이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될 수도 없지만 되어야할 필요 또한 없다. 오히려 대학이나 대학생 모두 차분하게 자신의 포지셔닝을 생각해보고 현실적인 목표설정을 해야 한다.

청년창업은 지역대학과 대학생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충분히 될 수 있다. 한국의 로비오와 마크 저커버그를 꿈꾸며 지금 이 시간에도 강의실이나 동아리 방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우리 학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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