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
<달구벌 아침>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
  • 승인 2012.07.3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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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대성에너지 사장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 할수록 우리의 생활은 더 편해지게 된다. 당연히 우리는 더 잘 살게 되고 행복하게 되는 것일까? 잘 닦아져 있는 시골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다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교통과 통신이 지역발전을 촉진시키는 매체일가? 아니면 인프라가 깔리는 것을 보면서 발전을 간구했던 지역민들의 소망과는 달리 경쟁력이 강한 수도권 또는 대도시로 사람과 물자가 쉽게 집중되고 지방은 오히려 더 피폐해지는 지름길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KTX가 개통되어 서울과 대구가 2시간권이 된 뒤 더 큰 혜택을 누린 지역은 어디일까? 대구라고 주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쇼핑객들이, 심지어는 예능 과외생까지 KTX의 편리함을 이용하여 대구를 외면하고 서울이 제공하는 혜택을 즐긴다고 하지 않는가? 서울에서 출장 온 사람들이야 낮 동안에 대구에서 일을 보고 저녁기차로 자기집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대구의 숙박업소와 음식점은 어이 되었는가?

이런 상황은 비단 대구만의 경우가 아니다. 지방 중소도시는 더욱 심하다. 어린 시절 읍내 장은 모든 것을 공급해주는 원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농촌주민들도 주말이나 저녁나절에 자기 차를 몰고 대도시로 나온다. 읍내 상권은 무너지고 중소 도시의 골목에는 사람이 뜸해지게 된다. 대구가 서울과의 경쟁에서 밀려 자꾸 위축되어가듯 대구인근의 지방도시는 다시 대구에 밀려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시행 된지 이미 오래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수도권 규제강화와 지역발전공약이 제시되고 있지만, 임기가 끝날 때 보면 으레 수도권 집중도는 그 도를 더해 갈 따름이다. 지역에 산술적으로 배분해주는 예산이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균등화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60-70년대 까지만 해도 대구는 영남권의 교육, 상업, 의료, 문화, 산업의 중심지였다. 경북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적어도 서부경남 권, 심지어는 대전 부산 경남에서도 대구로 공부를 위하여, 물건을 사러, 병을 치료하기 위해 드나들었다. 대구경북 나아가 광역 경상도가 하나의 자생적인 지역 경제권이 되어 대구가 두뇌의 기능을 수행하고 지방중소 도시는 손발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함께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교통과 통신의 발달, 그리고 산업구조 변화의 결과 지식집약적이고 두뇌집약적인 산업은 모두 서울로 집중되고 대구는 빈껍데기만 남은 꼴이 되고만 것이다. 대구가 경제적 부흥을 다시 되찾는 길은 적어도 대경권 내에서라도 다시 두뇌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250만 시민이 사는 대구로서는 기본적인 부가가치의 생산을 위해 제조업 기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비록 공장은 경북에 있어도 기술개발이나 디자인, 마케팅 등의 기능이 대구에서 이루어지고 사람들이 쇼핑과 문화를 대구에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수도권이 팽창하고 행정수도 이전이 진행되면서 대전권까지 범수도권에 포함 되는 경우이다. 대구가 담당해야 할 두뇌기능을 범수도권이나 부울경의 중심이 되고 있는 부산에 빼앗기는 상황이다. 경북북부지역은 대구와의 연계는 약화되는 반면 오히려 서울에 가까워지고, 경주를 비롯한 동남부 지역이 산업적으로 울산경제권에 편입되어 버린다면 대구는 그야말로 설 땅이 없다.

대구, 구미, 경산, 영천을 아우르는 경제로서는 규모의 경제가 되지 못한다. 특히 도청이전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적어도 경제권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한다. 여기서 실패하면 대구경북 경제는 바깥의 힘에 의해 찢겨나가는 아픔을 당할지도 모른다.

정부에서 지역경제를 광역권 단위로 묶어 개발하고자 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바람직한 방안은 광역권 전체를 하나로 보고 중앙 모든 부처의 지역산업발전계획과 예산을 광역 경제권 센터로 모으고, 여기서 지역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 위에 다시 배분하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원칙은 고상한데 비해 구체적인 사업은 중앙의 각 부처와 지방의 사업추진기관들이 각개 약진하는 형태가 계속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지방이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라도 두뇌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 인프라의 발달과 자유화, 개방화의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이 불가피한 현실 위에서 지방이 특화된 기능을 수행하면서 독자적인 자생력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한다. 기득권세력인 중앙이 스스로 나설 리 없다. 지방이 쟁취해야할 시안이다. 더욱이 시간도 많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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