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대구를 방문하는 `후보’들께
<달구벌 아침>대구를 방문하는 `후보’들께
  • 승인 2012.08.0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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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새누리당,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대구를 찾는 정치인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대구 지역의 더위는 유별합니다. 올 해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선거를 수차례 치러 왔기 때문에 사실 우리는 여러분이 어떤 얘기를 할 지 짐작합니다. 여러분은 우선 이 지역과의 연고에 대해 언급하시겠지요. 이곳에서 태어났다. 학교를 다녔다. 조상들이 살았다. 처가가 있다. 친한 친구가 산다. 군대 생활을 이 근처에서 했다. 이런 정도는 애교입니다. 감옥살이를 여기에서 했다는 인연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은 인연이라도 있다면 무슨 말이든 못하겠습니까? 다 이해합니다. 더러 억지가 있더라도 웃음으로 넘깁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유권자를 현혹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요즈음 그런 말에 속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 다음으로 많이 하시는 말씀은 지역개발 공약입니다. 주로 토목건축 사업들이지요. 도로를 건설하겠다. 집을 짓겠다. 터널을 뚫겠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약속들이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약속으로 내건 일들이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거나 그런 것들로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선심’과 `특혜’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도움이 되고 다른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그래서 나라 전체가 발전하는 공약을 제시하기를 원합니다. 이 지역에서 이 말 하고, 저 지역에서 저 말하는, 그런 입 발린 약속은 부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방을 다녀보셔서 알고 계시겠지만, 살기 어려운 곳이 어디 대구뿐이겠습니까? 모든 지방이 다 힘들어 합니다. 같은 서민이라도 수도권의 서민에 비해 비수도권 지방의 서민들이 더 어렵습니다. 여성도 지방의 여성이 더 살기 힘듭니다. 일자리를 얻는 일도 비수도권 지방의 젊은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몇 배 큽니다. 지방의 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특별합니다. 몰락하고 있는 곳은 대구뿐이 아닙니다. 이 나라 두 번째 도시 부산도 쇠퇴하고 있습니다.

지방의 몰락은 이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이라고 부르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은 남한 국토 면적의 11.8%입니다. 여기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습니다. 권력을 동심원의 중심으로 돈, 정보, 사람, 기회, 교육, 문화 등이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아이들은 대학 문을 나서도 갈 곳이 없습니다. 우리 지역에는 변변한 기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력서를 들고 지역을 배회하다 수도권으로 달려간 젊은이들은 다시 한 번 좌절을 맛보게 됩니다. 지방 출신이라는 이유로 괄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수도권 집중을 해체하고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만 이명박 정부는 그런 정책을 거의 포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가 `시장친화적 균형발전’이라는 개념을 내걸면서 지역 균형발전은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에는 `두 개의 국민’이 있다는 말을 하겠습니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세계화 시대에는 지방이 경쟁의 단위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각 지방이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이 곧 나라의 경쟁력을 기르는 일입니다. 지금처럼 수도권은 비만으로 성인병에 걸려있고 비수도권 지방은 영양실조에 걸려있는 형국으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바로 잡아야하겠습니다.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여러분의 꿈에 이런 우리의 바람을 꼭 새겨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복지, 경제민주화, 평화라는 가치만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가치가 중요합니다. 이는 계층과 젠더의 차이를 넘어서서 지방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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