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萬) 생령(生靈) 신음을
어드메 간직하였기
너는 항상 돌아 앉아
밤을 지키고 새우느냐
무거이 드리운 침묵이여
네 존엄을 뉘 께뜨리느뇨
어느 권력이 네 등을 두드려
목메인 오열을 자아내더뇨
권력이어든 차라리 살을 앗으라
영어(囹圄)에 물어진 살이어든
아 권력이어든 아깝지도 않은 살을 저미라
자유는 그림자보다는 크더뇨
그것은 영원히 역사의 유실물이더뇨
한아름 공허(空虛)여
아 우리는 무엇을 어루만지느뇨
(이하 생략)
함남 단천에서 출생. 1932년 `동광’지에 시 「거리에서 들려주는 노래」를 발표하여 등단. 해방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했다가 6. 25때 월북하여 1953년 남로당 숙청 때 처형됨. 시집으로 『종』(1947), 『포도』(1948), 『제신(諸神)의 분노』(1948) 등이 있음.
설정식의 시는 서정성과 사상성 혹은 서사성이라 모순된 경향을 특징으로 갖고 있다. 6연 23행의 이 자유시는 직접적인 의인법에다 명령법을 씀으로써 작중화자와 시인과의 간격을 철저히 없애버렸다. 또 대상으로서 사물의 형상화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당시 해방공간의 성스러운 분위기, 시인의 사명감의 형식화라 할 수 있다.
(시인 계간`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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