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sweet dream, sweet honey
<달구벌 아침>sweet dream, sweet honey
  • 승인 2012.08.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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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환 변호사

로스쿨에서 필자의 강의를 수강했던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결혼소식이었다. sweet dream, sweet honey... 그 무슨 단어로도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을 신혼, 기대 이상으로 너무도 행복한 삶, 그런 가운데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 더 익숙해지는 과정.

5년 전 가을날, 당시 필자가 재직 중이던 합동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님께서 우리 부부의 결혼식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 필자에게 건네주셨던 말씀이 문득 생각났다. 당시 대표변호사님께서는 “하 변호사,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프로야구선수의 타율이 어떻게 되지요?”라고 물으셨고, 필자는 대표변호사님께서 필자에게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의아해 하면서, “구체적인 수치까지는 모르겠지만, 3할 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대표변호사님께서는 필자에게 “그렇지요? 3할 대 이상의 타자라면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야구선수지요? (허허허~) 결혼생활을 시작한 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질라치면,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는 기준도 높아지곤 하지요. 학창시절 때, 100점 만점 또는 최소한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지 못했을 경우,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에 화를 내듯이, 서로에 대해 `왜 이것밖에 안되지?’라며 불만스러워하는 일이 신혼 때에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야구선수(타자)를 떠올려 보세요. 3할, 즉 100점 만점에 30점 이상만 되어도 골든글러브 수상감이잖아요(허허허~)”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지는 시기에 서로가 바라는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현상은, 마치 대표변호사님의 예언이 그대로 적중하는 양, 필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으며, 더 나아가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wife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한, 그런 야비한 행동마저 필자에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표변호사님의 `3할 조언’을 떠올리고, 또 필자 스스로의 야비한 기준에 대해 반성하며, 그렇게 나만의 `sweet dream, sweet honey’를 만들어 왔다. 물론 wife는 필자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혹시 2군행? 오호, 통재라!!!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7월말. 1주일 동안 20대 여성이 두 분이나 이혼상담을 받으러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많은 하소연이 있었고, 그 여성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니 그녀들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 옛날 빨래터의 아낙네들이 남편, 시부모 험담에 맞장구를 쳐주듯이, 그녀들의 하소연에 이런 저런 Re-action을 섞어가며 열심히 맞장구를 쳐줬다. 그런 다음 “주제 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이라고 말문을 열면서 앞서 거론한 `3할의 조언’을 그 여성들에게 조심스럽게 들려주었다. 그녀들은 결혼생활을 한 지 1년 남짓한 젊은 20대 청춘여성들이었기에...

잠시 후 필자와 처음 대면했을 때의 표정과는 사뭇 달라 보이는 표정을 그녀들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여성들은 `천천히 생각해보고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고, 그 후로 아직까지 필자의 사무실을 다시 방문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내가 이래서 돈을 못 버나?’ 혹은 `다른 변호사한테 이혼사건을 의뢰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필자는 그녀들이 `3할의 조언’을 떠올리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오늘 아침, 출근하는 필자에게 Bye-Bye를 하던 27개월 된 아들이 갑자기 거실에 놓여진 TV를 돌아보며 “엄마, 엄마~”라고 했다. 궁금해서 TV를 쳐다봤더니, 미모의 여성탤런트 이미연의 화장품 CF였다. 내심 재밌어하며, 집을 나서려 하는데, 이번에는 아들 녀석이 TV를 쳐다보며 “아빠, 아빠~”라고 했다. 행복한 기대감에 등을 돌려 TV를 쳐다봤더니, 연예전문 리포터 김생민의 빨래세제 CF였다. wife는 캬르르 웃으며 필자한테 빨리 출근이나 하라고 했다.

아들아, 내 아무리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아 옷맵시가 안 나는 사람이지만, 이 정도 생겼으면 얼굴만큼은 3할이 되잖아! 그러니까, 빨래세제 CF에 나오는 김생민한테 “아빠, 아빠~”라고 하면, 아니 아니 아~니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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