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여성’ 대통령의 조건
<달구벌 아침> `여성’ 대통령의 조건
  • 승인 2012.08.2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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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특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여성’이 유력 정당의 후보가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만일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바로 그 `여성’이라는 점은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여성 대통령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대통령이란 이름은 아니지만 여성이 최고지도자의 지위에 오른 경우도 지구상에는 많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유교적 전통과 냉전문화 때문에 우리사회에서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이다. `여성’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남성’으로부터 배제되고 차별받고 있다. 여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기회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나라의 여성 지위를 비교해주는 `여성권한 척도’라는 것이 있다. 유엔이 매년 그 지표를 가지고 성적을 발표하는데 우리의 상황은 언제나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좋은 일이다. 첫째, 그것은 많은 여성들에게 꿈을 주게 될 것이다.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여성의 이익을 더 잘 실현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둘째,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여성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나라 살림살이를 더 잘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기대하는 `여성’ 대통령의 의미는 그런 정도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성’ 대통령이란 단순히 그저 남성과 다르다는 의미의 `여성’대통령이 아니다. 말하자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성’ 대통령이란 단순히 그저 `여성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성’이라는 성정이 남성에 비해 대통령을 하는데 더 좋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아니다. 즉 남자에 비해 더 포근하다거나 남자에 비해 더 섬세하다거나 남자에 비해 더 부드럽기 때문에 대통령을 하기에 좋다는 의미도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여성’대통령 후보는 `여성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후보를 말한다. 여성주의적 가치란 나눔, 배려, 돌봄, 상생, 평화, 협력, 화해, 소통과 같은 가치를 말한다. 독선과 독재, 독점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남의 입장을 잘 헤아리며 모든 것을 남들과 나누려는 태도를 여성주의적 가치라고 한다.

박근혜 후보가 이런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쉽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박근혜 후보는 새누리당을 이끌어오면서 `불통’이 이미지가 강화되었다. 경선률을 정하면서 잠재적 경쟁자였던 이재오, 정몽준, 김문수의 요청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재오, 정몽준은 경선에 참여하지 않게 되었다. 당직도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주었다고 비판을 받았다. 원칙과 신뢰라는 이미지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입장만을 강변하는 사람의 이미지로 대체되었다. 박근혜는 `소통’에 약하다는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경선이 끝나고 새누리당 후보가 된 후에는 `역사관’ 때문에 박근혜 후보는 여성주의적 가치와 거리가 먼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5.16쿠데타를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 일 때문에 많은 청년 학생들이 박근혜 후보와 멀어졌다.

진정한 의미에서 `여성’ 대통령이 되려면 박근혜 후보는 `여성주의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여성주의적 가치란, 단순히 여성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남성과 싸우자는 가치가 아니다. 그것은 남성과 함께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가치이자, 세상을 보는 하나의 눈이다.

그 동안의 남성정치가 패거리정치, 분열의 정치, 투쟁의 정치였다면 여성주의 정치는 통합과 평화의 정치, 화해의 정치, 단결의 정치를 지향한다. 박근혜 후보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고 해서 `여성정치’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여성주의적 가치를 실현할 때에야 참다운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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