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새로운 기부문화, 프로보노
<달구벌 아침>새로운 기부문화, 프로보노
  • 승인 2012.08.29 13: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수원 대구은행 부행장

기부는 아름다운 나눔의 문화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사회적 약자를 돕고, 정을 나누는 가장 쉬운 사회공헌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기부문화는 선진국일수록 사회적으로 보편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GDP 대비 개인기부금 비중이 2.6%가 넘으며, 영국과 캐나다도 0.7%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부터는 GDP 대비 개인기부금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0.5%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선진국 수준의 기부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부활동은 주로 복지재단을 중심으로 한 모금활동, 종교단체 및 기업의 기부금 납부 등을 통해 이루어져 왔으며, 금전적 기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재능기부(talent donation), 즉 프로보노(pro bono)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그 활동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원래 프로보노는 라틴어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의 줄임말로, `공익을 위하여’란 뜻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이 지닌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전문가의 활동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변호사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해 보수를 받지 않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을 지칭한데서 유래되었다. 이후, 법률뿐만 아니라 의료·교육·경영·전문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행하는 봉사활동을 통칭하는 말로 의미가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프로보노란 말이 우리 사회에 회자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의 일로, 우리 사회 약자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작한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이 추진되면서 부터이다. 일반기업에 비해 경영기반이 취약한 사회적 기업을 경영측면에서 지원하기 위한 회계사, 컨설턴트, 세무사 등 전문가들의 재능기부 성격의 지원활동이 활성화되면서부터 프로보노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이 가진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프로보노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SK와 같은 대기업은 일찍부터 직원들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사회적 기업의 경영을 지원해 오고 있으며, 다음커뮤니케이션은 IT 전문성을 살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상미디어 촬영, 제작, 편집과 관련된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는 등 기업단위의 재능기부 공헌활동을 추진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슈바이처’, `오드리햅번’, `키다리아저씨’, `마더테레사’, `헤라클래스’ 등 의료보건, 예술문화, 학습지도, 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통해서 개인의 전문성을 활용한 자발적인 프로보노 사례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프로보노 활동이 기업과 단체를 넘어 개인으로까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기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과거 우리가 기부라고 하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일방적으로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 정도로 생각해 온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가진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서로 나누는 쌍방향 중심의 프로보노 활동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기부문화도 일방적인 기부에서 기부자와 수혜자가 상호만족을 느끼는 상호 나눔의 방식으로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흔히 금전적인 기부가 물고기를 잡아주는 방식이라면, 재능기부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에 비유되곤 한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기업, 단체에게 금전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될 순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립해 나갈 수 있는 기반과 역량일 것이다.

따라서 꼭 금전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우리가 축적해 온 재능을 함께 나눈다면 힘든 처지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재능기부를 통해서 우리가 가진 지식과 노하우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자기만족을 높이는 기회도 될 것이다. 우리가 눈을 조금만 돌려서 찾아본다면 우리들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지 않을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