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생각에 관한 생각”
<달구벌 아침>“생각에 관한 생각”
  • 승인 2012.09.0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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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경북대학교 교수, 대구경북학회 회장

학생들과 더불어 전공이 아닌 책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참 다행이다. 경북대학교 독서클럽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 덕분에 틈틈이 작은 시간을 쪼개어 선정된 책을 읽고,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참으로 즐겁고 보람된 일이다.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이번 독서클럽에서 내가 읽어 보고 싶어 스스로 추천한 책이었는데, 분량으로나 내용면에서 학생들이 읽기에 만만치 않은 책이었다. 555쪽에 달하는 책을 읽는 데, 나도 꼬박 나흘이 걸렸다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심리학자이며 300년 전통경제학의 프레임을 뒤엎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다. 그는 현재 78세의 학자로 이스라엘 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또한 행동경제학과 행복심리학에서 큰 학문적 업적을 쌓았고, 편향된 사고를 만드는 요인에 대한 인지적 연구를 토대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을 세움으로써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생각에 관한 생각’(원 제목은 Thinking fast & slow)은 고정관념에 기초한 인간의 사고와 편향성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무수한 반론을 통하여 판단과 결정을 내릴 때 사람들은 얼마나 비합리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창시하였다. 다시 말하면 행동경제학은 시장이 완벽하고 기업은 합리적으로 작동하며 또한 합리적 소비자를 보호해 준다는 기존의 주류경제학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예를 들면 부실주택대출(모기지 서브프라임)을 통한 거품경제, 금융위기를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이러한 현상들을 합리성에 기반 한 시장과 기업과 개인들의 합리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합리성과 합리적 선택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경제학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현상들을 그는 자신이 만든 이론적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전망이론은, 인간은 합리적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영향으로 상황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은 물론이고 집단도 비상식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한 사회가 몰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며, 주식시장의 거품이나 기업의 독단적 결정도 사회를 정체시키고 퇴행시키는 데 부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빠른 사고(fast thinking)는 감성적이며, 직관적이어서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게 되고, 느린 사고(slow thinking)는 스스로가 활동의 주체가 되며, 천천히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느린 이성으로, 행동을 결정하고 자신을 통제한다. 비합리적인 사고와 결정은 한 개인이나 사회의 발전에 정체요인이 된다. 빠른 사고에서 느린 사고로 전환하여 스스로 깨달으려는 노력을 통하여 편향성과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 느린 생각의 핵심적 역할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분단시대의 논리와 산업화시대 경제 `성장’이라는 합리화로 얼마나 강한 편향성과 고정관념위에 오랫동안 서 있었는가?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사고야 말로 편향성과 고정관념의 대명사가 아닌가? 경제성장이 바로 개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의라는 분배장치를 통해야 한다는 것을 카너만은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 난 느낌은, 우리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편견과 고정관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과, 우리사회가 다음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리고 느리고 깊게 성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다. 분단이외의 시대를 모르고 성장이외의 시대정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더 이상 희망과 기대를 걸 수는 없다.

그동안 우리가 저질렀던 다양한 편향적 경험과 고정관념으로부터 우리 자신의 판단과 선택의 오류를 성찰하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가진 `생각에 대한 생각’을 통하여 스스로 얼마나 많은 편향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는 노력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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