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북한, 기회의 땅
<달구벌 아침> 북한, 기회의 땅
  • 승인 2012.09.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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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대성에너지 사장

지난여름 휴가기간을 이용하여 1주일여 중국 단동에 머물면서 북한 땅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단동외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압록강과 강 너머의 북한 땅, 압록강 철교를 가운데로 단동시와 마주보고 있는 신의주시, 수풍하류댐에서 배를 타고 바라본 북한주민들, 가까운 곳에서는 불과 10여 미터 앞에 펼쳐진 북한의 옥수수 밭과 주민들이 손에 잡힐 듯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황금평, 위화도 등 압록강 하류에 무수히 널려있는 섬들이 대개 북한영토인 관계로 어떤 곳에서는 한발 건너뛰면 닿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샛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땅이 펼쳐져 있었다. 황금평 또한 가까운 곳은 소달구지가 다니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국의 철조망이 달리고 있었다.

비무장지대 초소에서 망원경으로 본 북쪽의 산하나 개성공단을 오고가면서본 풍경과는 완연히 다른 북한의 풍광이었다. 남북한 간의 국경과는 달리 평화로웠다. 압록강에서 목욕하며 자녀의 등을 밀어주는 아버지, 염소 몇 마리를 풀어놓고 자기들끼리 놀고 있는 아이들, 다슬기를 잡고 있는 아주머니들 모두가 어린 시절의 우리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까웠다. 중국 평원의 잘 자란 옥수수와는 대조적으로 산을 깎아 만든 계단식 밭에서 힘들게 키를 키우고 있는 북한 옥수수, 옥수수가 제대로 열렸는지 열린다면 몇 알이나 달렸을지 궁금했다. 고층빌딩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단동시내와 달리 드문드문 불빛이 보이는 신의주시, 연기가 끊어진 강변의 공장들, 6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쪽에서 압록강 뱃놀이를 하면서 시골어촌인 단동을 구경했다고 하는데 이제 압록강에 띄워져 있는 유람선은 죄다 중국 배요, 관광 나온 중국 사람들이 안타까이 북한을 쳐다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북중 교역의 70%가 단동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중국경제가 최근 다소 주춤하고 있는데도 단동은 활기에 넘쳐있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대단한 듯 신시가지 조성과 신압록강대교 등의 건설에 사용되는 크레인들이 시내를 뒤덮고 있었다. 남북한 간 경제교류가 한창일 때는 대북교역에 종사하던 한국인도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대부분 철수하고 북중교역이 완전히 중국인의 차지가 되고 있는 것 또한 안타까웠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북한은 하늘이 우리에게 예비해준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분단이 없었다면 함께 힘을 모아 지금보다 더 발전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는 이미 지나간 역사이다. 오히려 남한이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북한을 도와줄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지금 추진되는 경제적 통합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남북한 모두가 윈윈하는 경제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자원과 인력의 활용을 통하여 남한은 부족한 광물자원과 인력공급의 숨통을 틀수 있을 것이요, 북한의 사회적 인프라와 경제 재건을 통해 우리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내수확대를 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정치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경제관계는 쉽게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먼저 경제적인 고리가 강화되면 자연스레 정치군사 분야의 개선이 뒤따를 수도 있다. 최근 장성택의 중국방문에서 보듯이 북한도 어떤 형태로던 계획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수정을 추진할 의향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좋은 징조이다.

무엇보다도 단동에서 바라본 불쌍한 북한 주민들의 생활향상을 도와야한다는 것이다. 국가지도층과 일반국민을 분리해서 생각하거나 지원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민들의 생활향상은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민간 기관이나 인도적인 국제기구를 앞세워도 좋다.

개성공단의 성공이 시사점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여러 번 어려운 고비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개성공단은 건재하다. 이미 남북한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까닭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남한 기업들이 만족하고 있고 갖은 협박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지 못하는 것 또한 북한도 이미 포기할 수 없는 이익으로 굳어진 탓이다.

남포, 신의주, 나진선봉과 같은 지역에 제2, 제3의 공단이 조성된다면 북한 경제를 사실상 종속관계에 두고자 하는 중국의 전략에서 벗어나 북한을 우리 쪽에 붙잡아 두는 효과도 클 것이다.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북한의 중요한 자원과 성장거점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우리가 힘들어 할 때 잘 사는 남한 동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원망이 통일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경협확대는 서둘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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