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의 한 회사에 다니던 K(34)씨는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러나 평소 흑심을 품고 있었던 직장 동료인 Y(여·39)씨가 개인적인 일을 부탁해온 것을 계기로 그의 인생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K씨는 지난해 12월 혼자사는 Y씨가 아파트에 디지털도어록 설치를 부탁하자 이를 이용, 몰래 디지털키를 등록해 숨겨 놓고 계획했던 범행들을 차곡차곡 실행해 나갔다.
지난 4월부터 K씨는 미리 감춰둔 열쇠를 이용해 Y씨가 없는 틈을 타 아파트에 무단으로 들어가 Y씨의 사적인 공간을 탐닉하며 스릴과 쾌감을 느꼈다.
더 과감해진 K씨는 검거되기까지 12번이나 Y씨 집에 몰래 들어갔으며 욕실 세면대와 변기 수조 밑에 몰래 카메라까지 설치했다.
그때부터 몰카에 촬영된 Y씨의 은밀한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이 K씨 일상의 즐거움이 됐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Y씨는 어느 날 욕실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변기 수조 밑에 반짝이는 불빛을 보고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던 것.
이 사실은 Y씨의 지인을 통해 알려졌으며 최근 성폭력을 비롯해 5대 폭력 집중 단속을 하던 대구 북부경찰서 형사들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예상보다 쉽게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카메라 내부에 저장돼 있는 동영상을 조사해보니 몰카를 설치하고 있는 K씨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던 것.
경찰은 지난 9월3일 북구에 있는 K씨의 집을 찾아가 그를 체포하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압수해 분석했다. 경찰은 컴퓨터에서 Y씨의 알몸이 찍힌 동영상 등 명백한 증거들을 찾았으며 K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돼버린 Y씨는 믿었던 동료에게 그런 짓을 당해 큰 충격과 배신감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부경찰서는 K씨에 대해 성폭행 및 주거무단침입 혐의로 수사하던 중 10일 K씨가 초범인 것을 감안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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