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사형제를 생각한다
<달구벌 아침>사형제를 생각한다
  • 승인 2012.09.1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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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민 경북새일지원본부 연구원·정치학박사

최근 사형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나주어린이 납치성폭행 등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잇단 강력범죄들로 인해 사형제 문제는 정치권으로까지 옮아갔다.

9월 4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정말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벌어졌을 때는 그걸 저지른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라도 (사형제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자, 다음날인 5일에는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인혁당 사건을 사례로 들며 “법원 판결이 잘못돼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도 있다”면서 사형제 폐지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앞선 3일에는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우리 사회가 사형 집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집행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선에서도 사형제 찬반 및 집행 재개 여부가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 남성 18명과 여성 5명 등 모두 23명의 사형수에게 사형을 집행한 이후 현재까지 15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복역 중인 사형수는 모두 60여명으로 늘었다.

사형 집행 재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형벌의 본질이 범죄에 대한 응보에 있음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상 극악한 범죄인은 사형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사람을 살해한 자가 그 생명을 박탈당해야 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일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법적 확신이며, 이는 범죄방지 대책으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형은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행위이므로 범인의 개선·교화라는 점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을지 모르나, 생명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장 애착을 가지는 것이므로 이를 박탈하는 형벌의 예고는 범죄행위에 대한 최대의 위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사형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사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하는 야만적 형벌이며, 흉악범 억제 효과도 입증된 바 없다고 주장한다. 사형은 야만적이고 잔혹한 비인도적 형벌이며, 복수심이라는 인간의 본능에 기인한 것이지 인간의 이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므로 비문화적이며, 무엇보다도 인간에게는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라도 다른 생명을 박탈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형은 국가에 의한 `합법적인 살인’으로, 이는 국가가 살인을 범죄로서 금지하고 있는 사상과도 모순된다고 주장한다.

최근 잇단 범죄들을 보면 정서적으로는 이들을 어떤 식으로든지 `응징’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사형집행을 재개하자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움직임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회에서는 성폭행범죄자에 대해 `물리적 거세’(외과적 치료)를 집행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자의 외과적 치료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불심검문이 재개되었으며, 20여 년 전 위헌 판결이 난 보호감호제도까지 부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범죄예방이라는 목적을 위해 더 큰 위험한 일들이 벌어지려 하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어떻게 흉악범죄를 예방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이성과 인내를 가지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2006년 소설이 원작인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개봉했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때는 잘생긴 배우의 멋진 연기 때문이었는지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주인공의 사형집행을 슬퍼하였고, 사회적으로도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기도 하지 않았는가.

사형제는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생명권의 내용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이다. 흉악범이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이성의 결집체인 국가도 그와 똑같이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 어떻게 우리 사회를 좀 더 `안전한 사회’로 만들 것인지 진지한 논의와 고민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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