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청라언덕과 독도
<달구벌 아침> 청라언덕과 독도
  • 승인 2012.09.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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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묵(수성아트피아 관장)

최근 독도 문제로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복잡하다. 정치, 사회, 문화, 교육계 모두가 독도문제로 복잡하고 미묘할 뿐만 아니라, 이념적 지형도에 따라 대처하는 방식도 각각 다르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한국은 독도를 이미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으므로 좀 더 느긋할 수 있다. 자꾸 독도를 다케시마라 하면서 자신의 영토라고 우기는 일본에 대하여 감정적으로는 안 좋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독도가 다케시마가 될 리 없고, 또 일본이 경찰력이나 군사력을 사용할 일도 없으니 그렇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최근 대구와 마산 문화계 사이에 미묘한 흐름이 있다. 그건 이은상 작시, 박태준 작곡의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이 어딘가 하는 입장 차이다. 마산은 이은상 시인이 어릴 적 놀던 마산만이 보이는 노비산을 푸를 `청(靑)’, 비단 `라(羅)’, 즉 푸른 비단을 깔아놓은 듯 아름다운 동산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구는 박태준 작곡가가 다니던 계성고등학교 근처, 선교사들의 사택들이 모여 있는 현재 동산의료원 뒤편 낮은 막한 동산을 청라언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청라언덕은 푸른 `청(靑)’, 담쟁이 `라(蘿)’, 푸른 담쟁이들이 많은 언덕으로 해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도 청라언덕 선교사들의 붉은 벽돌 건물 사택에는 여기저기 담쟁이가 많이 있다.
이런 와중에 대구는 10월부터 개최되는 2012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개막작으로 창작오페라 『청라언덕』을 공연할 예정으로 있다.

지역의 대표적 작곡가인 박태준 선생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음악세계가 담긴 이번 오페라에서는 한국의 대표적 음악가인 안익태, 현제명 등의 인물들과의 교우관계를 드러냄으로써 지역의 음악이 곧 한국의 음악세계였음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켄터키 옛집」, 「클레멘티인」, 「스와니 강」 등과 같은 미국가요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소개한 박태준의 형 박태원(시인 이상화의 친구)을 언급함으로써 대구의 음악인이 한국 민 정서에 영향을 미친 것이 얼마나 크고 깊은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우연히도 이번 창작오페라 『청라언덕』의 작곡가를 전국 대상 공모하였는데, 선정된 작곡가가 우연히도 마산 출신으로써 마산에서 활동하는 분이 선정되었다. 이래저래 청라언덕은 대구와 마산 사이의 질긴 인연을 드러내는데, 차이라면 청라언덕이 나오는 「동무생각」의 작사는 마산의 이은상, 작곡은 대구의 박태준인 반면, 창작오페라 『청라언덕』은 대본 및 작시는 대구의 최현묵, 작곡은 마산의 김성재 선생이 맡음으로써 그 역할이 바뀐 것이다.

이번 청라언덕의 소재지가 어디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을 어떻게 보면 독도 문제와 닮은 듯 보인다. 그러나 그 해결점은 독도문제와 달리 의외로 쉽다. 독도 문제는 양 국가 간의 제로섬 게임이어서 결코 양보하거나 물러설 수 없다. 그러나 청라언덕은 타협점이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즉, 마산의 문화인이 주장하는 노비산 언덕을, 말 그대로, 청라언덕이라고 부르면 된다.

대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청라언덕을 `옛 골목 투어’의 코스로 개발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청라언덕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개막작으로 『청라언덕』이 공연되는 것도 그와 같다.

마산 역시 노비산을 청라언덕이라 부르며, 그와 같이 활용하면 된다. 즉 마산의 청라언덕은 이은상의 청라언덕이요, 대구의 청라언덕은 박태준의 청라언덕인 셈이다. 문제는 누가 더 청라언덕을 사랑하고 아끼며, 또 예술의 영감을 받는 장소로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무책임한 제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예는 서구에는 얼마든지 있다. 모차르트의 묘가 비엔나에 두 곳, 찰츠브르크에 한 곳이 있다. 그러나 그 세 개 모두 모차르트가 묻혀있지 않다.

모차르트가 어디에 묻혔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태리 베로나에 줄리엣의 집이 있고 동상이 있지만, 그 모두 가짜다. 줄리엣은 단지 희곡 속에 있는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 가까운 예로 남원에 가면 춘향의 묘가 있고, 때를 맞춰 제사까지 지내지만 그 역시 가짜다. 이미지를 문화관광 상품으로 파는 것이다.

즉 예술가가 창작할 때 역사적 인물이든 지역이든 이미 허구의 세계로 편입된 것이며, 상상력의 도구로 사용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미지다. 이렇게 보면 독도는 역사지만, 청라언덕은 이미지다. 너무 엄격하게 진위여부를 따지는 것은 재미없는 비예술적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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