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이번 가을에 꼭 가봐야 할 대구미술관
<달구벌 아침>이번 가을에 꼭 가봐야 할 대구미술관
  • 승인 2012.09.2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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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대구미술관 관장

올해 여름은 무던히도 덥고 지루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몇 차례의 태풍까지 가세해서 많은 피해를 주고 물러갔다. 천고마비의 계절은 그런 대가를 치르고 받는 보상인가. 지금 미술관 사무실엔 투명한 공기를 가르고 침입한 따뜻한 햇살로 가득 차있다. 창밖에는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에 나뭇가지가 살랑인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이제 곧 수확의 기쁨을 누릴 것이고, 그들 덕택에 도시 사람들도 간접적인 풍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대구미술관에서도 무척 힘든 여름을 보내고, 이번 가을에 새롭고 흥미로운 전시들을 풍성하게 열게 되었다. 얼마 전에 오픈한 곽훈의 `시(詩)’·다(茶)·선(禪)’, 카와마타 타다시의 `박스 컨스트럭션’전, `鄕’ 이인성탄생 100주년 전에 이어 지금 준비 중인 신상호의 `부산물’전, 김영재의 `산’전, 그룹전으로 필름전시`어둠을 켜다,

또 다른 언어들’이 그것으로 모두 6개의 전시가 한꺼번에 열리는 것이다. 사실 한 미술관에서 6개나 되는 전시가 동시에 열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더욱이 6개의 전시가 한국을 대표하는 근, 현대미술가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에 의한 전시들로서 저마다 높은 예술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어, 관람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소중하고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도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고 소멸한다. 그리고 하나의 전시가 탄생하기까지에도 사연이 있다. 사람 일이 그렇듯이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도 있게 마련이다. 이번 이인성 전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작부터 전시개최 직전까지 그야말로 변수의 연속이었다. 그 비하인드스토리는 그저 비하인드스토리인 채로 남겨두겠지만, 이번 전시는 정말 꼭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인성화백의 웬만한 대표작들을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화단의 독보적인 존재인 이인성화백이 대구 출신으로 대구에서 활동했으며, 대구미술초창기를 화려하게 열었던 화가이다.

이인성 화백은 스무 살도 안 된 어린나이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을 하고, 활발하게 활동을 펼쳐나갔다. 대구미술의 선구자였던 서동진에게 수채화를 배우면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얼마 후 유화를 익히고 다른 매체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거의 독학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개척해 나갔다. 수채화, 한국화, 유화와 같은 다양한 매체를 다루면서 서양의 예술 사조의 화법을 섭렵했다. 이인성화백은 특히 향토를 추구했는데, 향토란 고향인 대구의 색이고 잃어버린 조국의 색이며 나아가 예술적인 고향의 색을 의미한다.

따라서 화백의 작품들에서는 따뜻한 고향의 색이 묻어나고 추억이 배여 있다. 생각해보니, 그 향토색은 어쩌면 현재 우리가 잃어버린 고향의 색일 수도 있다. 고향의 정을 모른 채 도시의 아파트단지를 오가며 성장하고 살아온 우리를 따뜻하게 품어준다. 요즘과는 달리 그 시대의 화가들에게서 그런 인간적인 따뜻함이 담겨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은 한 결 같이 엄청난 시련을 겪으며 치열한 삶을 살았다. 일제식민치하와 전쟁, 혁명으로 이어지는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 놀라운 것은 그러한 사회적인 격변과 어려움 속에 살았으면서도 그런 따뜻함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새삼 그 시대의 예술가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시대의 예술품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인성화백은 너무나 짧게 생을 마감했다. 불운하게도 어느 날 갑자기 총을 맞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 때 그의 나이는 불과 39세였다. 만약 그가 좀 더 긴 생을 살았더라면 이야기는 훨씬 달라졌을 것이다. 흔히 많은 거장들이 노년의 나이에 더욱 완숙한 새로운 경지의 예술세계에 들었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뭔가 이인성 화백만의 더욱 특별한 예술이 풍성하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아무튼 이인성 전시회를 통해서 지금 우리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그 시대의 감수성, 그 시대의 이상과 낭만을, 그 밖의 전시들을 통해서도 풍성한 예술적 영감을 맛볼 수 있다. 그것도 단 돈 1000원으로 말이다. 이번 가을 대구미술관, 놓치면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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