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런던올림픽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달구벌 아침>런던올림픽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승인 2012.09.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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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남 박사(THE IMC 대표)

열대야보다 더 뜨겁게 여름밤을 달구었던 17일간의 2012년 런던올림픽이 끝났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금메달 수는 같지만 종합 순위는 5위에 올랐다. 우리나라가 원정으로 나선 올림픽 무대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이다.

우리나라는 양궁과 사격에서 금메달 각각 3개를 휩쓸었고, 유도와 펜싱이 각각 2개, 레슬링 태권도 체조에서 금메달을 각 1개씩 따냈다. 당초 `10-10(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10위 이내)’를 목표로 했던 우리나라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 했지만 여자 배구, 여자 핸드볼 등 모든 출전 선수들이 국민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물했다.

런던올림픽에서 특히 눈에 띄는 성적은 남자 축구의 동메달이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남자 축구는 8강전에서 개최국 영국 단일팀을 물리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숙적 일본을 기분 좋게 꺾으며 동메달을 따냈다. 2002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에 견줄만한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과다.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축구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그 요인을 많은 사람들은 우선, 홍명보 감독의 `형님 리더십’을 꼽고 있다. `형님 리더십’은 혼과 소통의 리더십이다. 홍명보 감독이 2009년 2월 20살 이하 청소년대표팀 감독으로 첫 지휘봉을 잡았을 때, “혼을 쏟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감독이 되겠다”고 했다.

선수들한테는 다정다감한 형이자, 삼촌이다. 그렇다고 방임은 없다. 문제가 생기면 “안 돼!”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어루만지고 소통하면서 마음을 움직인다. 소통의 리더십은 배려와 포용에서 나온다. “후배들 감독이라 자랑스럽다”라는 말처럼 승리엔 결코 자신에게 공을 돌리지 않는다.

두 번째 요인은 널리 인재를 등용해 `홍명보 아이들’을 키웠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청소년대표팀을 맡은 홍명보 감독은 “혼을 모아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겠다. 박지성 같은 세계적 선수를 키워내겠다”고 공언했다. 대학과 K리그, J리그를 훑어 다니며 기대주를 발굴했다. 대학에서는 김보경, 김영권, 홍정호, K리그에선 구자철, 윤석영, 이범영 등을 발굴했다. 이들이 `홍명보의 아이들’이다. 선수들은 그의 조련을 거치며 쑥쑥 커나갔고 런던올림픽의 수훈 선수들이 되었다.

세 번째 요인은 선수들의 신세대적 특성과 당당함을 잘 활용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홍명보의 아이들’은 우승을 한 멕시코, 세계 최강 브라질, 올림픽 개최국 영국 등 강호들과 맞선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강팀에 전혀 움츠려들지 않고 자신들의 기량을 맘껏 뽐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추가골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은 구자철은 “누가 우리를 `황금세대’라고 한다면, 그 말을 당연히 받아들이겠다.” 선수들은 자기가 할 일을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즐기면서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신세대적 특성과 글로벌 시대의 청년세대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경험하면서 자란 담대함을 가지고 있었다. 젊은 홍명보 감독은 신세대 선수들의 특성과 담대함을 잘 알고 활용하였다.

네 번째 요인은 방대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잘 이용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런던올림픽에서 기록에 의존하는 축구에 몰두했다. 상대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입수해 그것을 분석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웠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영국 선수들이 승부차기에 약하다는 것을 홍 감독은 알고 있었다. 정말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축구 종가 영국의 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원정 올림픽 최고의 성적을 거둔 런던올림픽을 통해 대구경북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먼저 대구경북 사회 지도층의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버럭 소리부터 지르고 화를 불 같이 내기만 하는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대구경북의 가부장적 리더십을 수평적이고 상호침투하고 교류하는 배려와 소통의 리더십으로 바꾸어야 한다.

두 번째는 새로운 방식으로 널리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 등 기존 인맥에 의존하기 보다는 오픈 마인드와 소셜네트워크로 새로운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우수한 인재는 서울로 다 가고 지역에는 평범한 인재들만 남았다고 푸념하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인재들을 잘 키우고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신세대들의 특성과 문화도 지역에서 자리 잡고 활성화되도록 어른세대들이 인정하고 도와줘야 한다. 글로벌 시대의 신세대들이 곳곳에서 새로운 세상과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빅데이터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고 대구경북에서 잘 활용해야 한다. 빅데이터가 정보가 되고 지식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을 통해 울고 웃고 얼싸안고 좋아하던 순간에서 더 나아가 이제 지역성장의 동인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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