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준 우승 소감 밝혀
"한국 마라톤을 이끌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죽도록 뛰었습니다."
지영준(27·경찰대)은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기진맥진이었다.
42.195km는 어떤 선수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만 하는 거리다.
그러나 '저혈당'을 앓고 있는 지영준에겐 더 견디기 힘든 2시간이었다.
이원재 경찰대 감독은 "(지)영준이는 달리는 동안, 체내의 에너지가 소진되면 혈당이 더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급수대에 놓인 지상준의 음료에는 항상 꿀이 들어가 있다.
지영준은 12일 '2009 대구국제마라톤대회'서 꿀맛 같은 레이스를 펼쳤다.
2시간8분30초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영준은 지난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7위(2시간19분35초)에 그친 뒤 긴 슬럼프에서 빠졌다.
잇따른 부상과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부담감 탓이었다.
이런 지영준은 지난 15일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0분41초로 국내 선수 중 1위, 전체 5위를 차지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쏜 지 약 한달만에 제대로 부활했다.
지영준은 "방황도 많이 했지만 독하게 마음을 먹고 착실히 동계훈련을 소화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서 우승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지영준은 "페이스메이커만 따라갈 생각으로 뛰었다"며"30km가량 달리다 뒤를 돌아보니 다른 선수들이 따라오지 않아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20km 지점부터 유니폼과 젖꼭지가 마찰을 일으켜 왼쪽 가슴에 피가 났었다"면서"하지만 한국 마라톤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끝까지 뛰었다"고 덧붙였다.
향후 보완해야 할 점으로 '후반 스피드'와 '체력' 두가지를 꼽은 지영준은 내년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서도 입상권에 드는 것이 목표라는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이날 지영준은 시상식을 가진 뒤 수여 받은 월계관을 여자 친구 이미해(27)씨에게 건네주며 프로포즈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지영준과 이미해씨는 올해 연말께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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