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이상 기후로 미국, 우크라이나 등 곡물 수출국의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세계 곡물 비축량이 1974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는 보도가 어제 나왔다. FAO는 현재 곡물 생산량이 모두 소비될 만큼 곡물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비축량이 너무 적어 내년에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주요 곡물 비축량은 지난 10년 사이 107일 분에서 74일 분으로 줄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도 곡물가격 폭등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여름 이상 가뭄과 고온으로 인해 세계 곡물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가격도 크게 올랐다. 다음 달 쯤 오른 국제 곡물 가격이 국내물가에 반영되면 국내의 가공식품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 분명하다. 그러잖아도 국내의 농산물 가격도 지난달에 작년 동월 대비 9.7%나 올랐다. 전월에 대비해서도 8.3%가 치솟았다. 애그플레이션 공포가 곧 현실로 다가와 서민의 밥상을 덮칠 전망이다.
더욱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 국내의 곡물류 가격 상승률이 밀가루의 경우 30.8%, 전분 16.3%, 유지류 11.2%, 사료 10.2%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렇게 되면 국내의 전반적인 생활물가가 치솟을 것은 빤한 일이다. 그것이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도 확실하다. 수출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다. 정부는 미리부터 곡물 수급계획을 세워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에 끼칠 파장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곡물 자급률이 22.6%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곡물정책을 재고할 필요도 있다. 앞으로는 이상기후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고 이로 인해 곡물생산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11년 동안 무려 6차례나 식량 소비가 공급을 초과했다. 따라서 앞으로 식량위기가 상시화 할 가능성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곡물 자급률을 제고하기 위한 범국민적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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