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세월을
얼룩으로 지켜오신
넋이 푸른 동공에
넘쳐나는 자비여
못 이룬 소망이 있어
막혀버린 눈물 샘.
마디마디 갈라진
손금의 내력들이
가시에 찔렸어도
향기 더욱 높아라
이제는 당신 가슴에
물결도 자더이다.
▷경북 청도 출생. 영남대학교 졸업. 1992년『현대시조』신인상을 통해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대전시조시인협회 회원. KAIST 근무. 시집으로「사랑 하나 사는 모습」(1999)등이 있다. 이 시인의 시편들을 두고 `최근 들어 인간의 끝없는 그리움을 맑고 투명한 여백으로 처리, 자아 성찰과 절제의 차원으로 승화시켜 가고 있다’고 평한바 있다.
`친정 어머니’는 곧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다. 이 시는 서정적이면서도 주정적이며, 실제로 어머니를 통한 삶의 한이 시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여기서도 보듯 우리들의 어머니는 `마디마디 갈라진 / 손금의 내력들’처럼 하나같이 슬픈 모습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넘쳐나는 자비’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눈물조차 말라버린 `막혀버린 눈물 샘’에 시인의 따스러운 눈길이 머문 시편이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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