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惻隱之心
<팔공시론> 惻隱之心
  • 승인 2009.04.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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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국 (정치학 박사)

惻隱之心(측은지심)은 맹자의 4단(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씨, 惻隱之心, 羞惡之心, 辭讓之心, 是非之心) 4덕(군자가 행하여야 할 네 가지 품성, 仁, 義, 禮, 智) 중 하나로서 불쌍히 여겨 언짢아하는 마음을 뜻하는데, 작금의 노 전 대통령이 처량하기가 짝이 없고 한없이 측은한 마음이 든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이 정상문 전 비서관을 통해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청와대서 100만 달러를 받았다고 보도되었고 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것에 대해 사과했다.

아시다시피 사건의 발단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고발을 막기 위해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현 정부의 실세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시도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검찰수사가 가속화되었고, 노 전 대통령과 그 패밀리들의 비리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줄줄이 기소되고나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 영부인은 박연차 회장의 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소환이 임박하고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은 세종증권 매각로비로 인해 구속기소 되었으며 조카인 연철호는 박 회장 돈 500만 달러 수수로 인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받았고,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은 구속기소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또 한사람의 후원자인 강금원은 회사 돈 횡령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그리고 정치적 스승이라고 하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소환조사할 예정이며 측근인 이강철, 이광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이미 구속되었다. 더 가슴이 아리는 것은 영부인이 이 추잡한 비리에 대해 연관되어 수사를 받는 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사실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하니 이 무슨 나라망신인가.

때마침 MB정부가 국가브랜드를 높이자고 기치를 내들고 있는 이때에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기는 고사하고 노 전 대통령과 그 패밀리들이 국가브랜드 가치를 망치고 있다.

한심한 것은 지난 3월에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공개한 국가브랜드지수(NBI)를 보면 2008년 시위와 정변으로 날을 새는 태국이 50개국 중 34위를 차지했는데 한국이 바로 앞의 순위인 33위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손상한 것으로서 국회폭력사태 등의 정치가 제1의 원인이겠지만 이번 노 전 대통령의 비리 여파로 앞으로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순위가 더 내려갈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금까지는 노 전 대통령이 어떤 구체적 사실의 적시 없이 모호한 말로 해명하며 검찰 수사를 반박하고 있는데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는 가장 도덕적이고 한국 역사상 가장 깨끗한 정권인 것처럼 호언장담해 오지 않았든가.

취임 초에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한다고 일갈하면서 가장 도덕적인 정권이 되겠다고 하지 않았나.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지낸 사람이 스스로에 대해 엄격하고 정직하다면 장래의 한국정치와 국가발전을 위해서 죄가 있으면 있는 대로 죄가 없으면 없는 대로 차후의 다음 대통령의 반면교사가 되어 다시는 대통령과 그에 관련된 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권력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지 않든가. 권력은 정말 무상하다. 그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도 단죄를 받고 꿈인 듯 지나갔고 그 카리스마 있든 김영삼 정권도 IMF를 초래하고 초라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았든가.

부귀영화도 세월 앞에는 모두 한 여름 밤의 꿈같은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측은하고 안쓰럽지만 역사 앞에 부끄럼 없는 전임 대통령으로 남아있기를 기원하고 어느 스님의 열반시를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來無一物來(세상에 올 때 빈손으로 왔다가) 去無一物去(세상을 떠날 때 빈손으로 가는데) 去來本無事(죽고 사는 것이 뭐가 대수이겠는가) 靑山草自靑(푸른 산과 산천초목은 스스로 푸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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