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돌직구’에도 변화가 필요해
<대구논단>`돌직구’에도 변화가 필요해
  • 승인 2012.10.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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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스피치컨설턴트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신개념 거절법이 화제다. `소개팅녀의 신개념 거절법’이란 제목으로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소개팅에서 거절당한 친구의 사연을 적은 글이다. 게시자 는 친구가 소개팅에서 최고의 상대방을 만난 뒤 애프터 신청을 하게 된다. 소개팅녀에게 `잘 잤어요?’라고 친근하게 문자를 하자, `좋은 분 만나세요’란 답문이 온 것이다. 소개팅녀의 돌직구 화법에 상대 남자는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돌직구란 단어는 프로야구에서 사용하는 것이었다. 투수 오승환이 던지는 시속 150km에 가까운 묵직한 직구를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돌과 직구를 합성해 `돌직구’라는 신조어가 나오게 된 듯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른 의미로 전용돼 사용되는 돌직구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 걸까.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때 상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돌려 말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상대에 대한 예의나 가식, 배려가 일절 없는 극도의 직설적인 화법이다. 돌직구라고 일컫는 표현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체로 독설을 이렇게 칭하며 촌철살인의 대체어처럼 사용되기도 해 지칭 범위는 비교적 넓다.

이 돌직구 화법은 간을 보거나 눈치 보기 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 담백하게 감정을 전달하다보니 주변을 통쾌하게까지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돌직구가 항상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돌직구라며 무턱대고 던진 볼은 서로간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기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돌직구로 진심을 전하고 싶을 때 그 이전에 상대방과 주고받은 소통의 과정, 일종의 감정의 교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던지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무책임한 방식으로 돌직구를 던지고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은 이기적인 자세다.

상대방의 편한 상황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인데,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이 조건이 성립됐다면 돌직구를 던질 배짱도 필요하다. `칠 테면 쳐봐라’라는 마음으로 묵직하게 스크라이크 존을 정확하게 겨냥할만한 자신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굳이 돌직구를 던져야만 할까. 물론 필요하면 과감하게 던질 수 있다. 살다보면 직구를 던져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에둘러 말하기가 미덕으로 통하던 우리 사회에 돌직구 화법의 유행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 있을 것이다.

예전에 독설이 부정적 뉘앙스를 띠었다면 지금은 문제의 핵심을 지적하거나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화법 중의 하나로 대중은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답하더라도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배려하는 모습을 담으면서 서로 공감하고 인정하는 모습은 많이 사라진 것 같기도 하다.

박완호 시인이 쓴 `커브처럼’이라는 시가 있다.이 시는 돌직구가 아닌 커브의 매력을 말하고 있다.
“ `곧장 당신에게 달려 왔어요’ 라고/ 바로 들이대는 것보다는/ 어딜 좀 들러 오느라……,하는/ 머뭇거리는 얼굴이/ 내 맘 더 깊이 파고든다는 걸//, 그렇게 내게로 와줘/, 어디로 꺾일지 모르는/ 마음의 둥근 궤적을 따라/ 커브로, 커브처럼, 그렇게...“/라는 구절이 있다.

바로 들이대는 것보다는 조금 둘러서 너무 명료한 것보다는 조금 머뭇거림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짧은 거리인 직선을 마다하고 커브의 매력을 말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 상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배려일 것이다.

제대로 된 돌직구를 던지기 위해 배려가 수단이 되지만, 커브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다. 이같이 기술은 다르지만 무엇이 더 좋은 화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룬 관계에서 커브를 적절히 던질 줄 알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커브를 마다하고 돌직구를 택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과연 나는 돌직구와 직구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속도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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