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후보 단일화는 야합인가?
<달구벌 아침>후보 단일화는 야합인가?
  • 승인 2012.11.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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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후보단일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대통령후보 등록일인 11월 25, 26일 이전에는 단일화 작업을 끝낸다는 약속을 한 터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야권 대통령후보 단일화에 대해 여당 측의 비판은 신랄하다. 2, 3등후보가 1등을 꺾기 위한 야합이라는 것이다. 단일화라는 정치과정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다.

이를 지켜보는 정치평론가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이 단일화 과정은 여당 측의 지적처럼 야합으로 보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첫째, 야권 후보 단일화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위해 단일화를 하는 것인지? 이를 문재인, 안철수 후보 측이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에 달렸다. 그것을 국민들이 잘 납득하지 못하면 야합이고 그렇지 않으면 야합이 아니다. 이 때문에 두 후보 측은 단일화에 관한 룰 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새정치공동선언’을 위한 미팅을 거듭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가 정권교체를 실현할 뿐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을 하려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정치 분야에 덧붙여 경제, 복지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함께 추구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찾자는 결정을 하였다. 이렇게 두 후보가 공동으로 할 목표 가치에 합의를 하고 그것이 그럴듯하다면 후보 단일화 과정은 정당성을 얻게 될 것이다.

둘째, 단일화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 쉽게 합의하고, 말썽 없이 후보 단일화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렸다.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면 후보 단일화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단일화를 했다고 해도 그것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력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난관이 많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단일화의 방법은 장단점과 유불리가 분명하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가 간단치 않다.

예를 들면, `국민경선’이라는 방법은 참여와 지지를 확대하고 강화한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으로 봐서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 있는 걱정이 있다. 과정을 관리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한계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두 후보에게 유불리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국민경선 방법은 지지자를 동원할 수 있는 조직력이 강한 쪽이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TV토론 후 전문가 패널 조사’라는 방법도 눈길을 끈다. 두 후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대통령후보 단일화의 정당성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법은 괜찮다.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도 좋다. 그러나 이 과정도 어려운 점이 있다. 패널을 어떻게 정할지가 걱정거리이다.

`여론조사’도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방법이다. 지지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그리고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오차한계의 문제가 있으나, 날로 발전하는 여론조사 기법은 이 방법의 효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공정성의 시비를 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가령,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진다.

야권 후보의 적합도를 물으면 수 십 년 역사의 민주당을 대표하는 문재인후보가 유리하고, 박근혜 후보에게 대한 경쟁력을 물으면 인기를 얻고 있는 안철수 후보가 더 높은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많다. 여론조사를 휴대전화로 하느냐, 유선전화로 하느냐, 조사 날짜를 언제로 하느냐? 이런 것이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소위 `담판’이다. 이것은 두 후보 측이 여러 가지 정황을 따지면서 정치협상을 하는 것이다. 절차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후보 단일화의 결과를 지지자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밀실 야합의 시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한계다.

어떤 방법을 택하더라도 장단점이 있는데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은 과정 관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면 말하자면 `아름다운 단일화’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야권의 대통령후보단일화가 야합이냐 아니냐? 라는 것은 그 자체로서 뭐라고 규정할 수 없다.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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