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은
바람 흔들어
제 소리를 낸다
나도
그대를 흔드는
종이 되어
흔들다가
흔들리다가
또 흔들리면서
내 몸 산산이
깨어지는 그 날
나는
그대 안에서
기인
여운 남기며
조용히 잠들었으면….
서울 출생. 경기대학교 시창작과 졸업. 1997년『문학21』의 추천을 통해 등단.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여성문학인협회 회원. 21민족문학상, 탐미문학상, 설송문학상 등 수상. 시집으로「날개의 의지」(2003),「짧고도 긴 이야기」(2004) 등과 수필집「달팽이의 꿈」(1999)등 다수 있음.
이 시에서 주목하게 되는 시어는 종과 흔들림이다. 이 시어는 개념적 의미를 넘어서는 문학적 언어이다. 즉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시인의 간절한 기구의 언어이다. 흔드는 것은 소리를 낸다. 비단 바람에 흔들려 소리를 내는 종만이 아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소리(표현)을 낸다는 사실을 음미한다면 이 시를 더욱 이해하기 쉽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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