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팔공시론>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 승인 2009.04.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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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민 (대구대학교 재활과학대학 교수)

“나는 애락원 나병환자 교회에서 인간의 사랑을 배웠고 특수교육 사업을 통해서 사랑을 실천하는 길을 배웠다. 나는 마음이 교만해 질 때 소경의 눈망울을 보았고, 벙어리의 입술을 보았다.

그리고 천치의 행동을 살펴보았고, 지체부자유아의 다리를 보았다. 그들이 나의 혈육은 아니지만 분명히 나의 아들이요 딸이라는 생각으로 살아 왔었다. 나의 생애에서 하나의 기쁨과 광명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이들 불행한 부자유아들이 스스로의 불행과 불구를 극복하고 삶에 대한 애착을 회복하는 순간순간이었다.” -사랑의 길 소망의 길(이영식).

일 년에 한 번씩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이 되면 여러 단체 및 기관에서 서로 앞장서서 장애인과 관련된 보여주기 식의 반짝 행사를 한다. 필자는 장애인이게 있어 이러한 반짝 행사를 하는 것 보다는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같이 어떤 경우에도 그들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즐거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의미 있는 직업추구, 주류화 사회에 완전하게 참여하는 부분에 대한 권리 등이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따라서 그들의 삶의 질이 보다 더 윤택해지고 나아가 자연스러운 지역사회로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 예전에 비해 장애인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자의든 타의든 어둠에 갇혀 마음의 장애까지 짊어지고 우울한 삶을 살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기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모습들이 아주 건강하고 바람직한 현상인 것이다. 나아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한센인과 같은 이 땅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더 많이 보이고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9년 동안 북한을 다녀온 사람 중에 북한에서 장애인을 본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남한 인이 북한의 거리에서 장애인을 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이 마음 놓고 돌아다니기 어려운 현지 여건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장애인이 거리에 나오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휠체어 장애인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안내견이 무거운 휠체어를 끌고 다니는 모습도 간혹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미국인들에게는 보기 거북하거나 혹은 신기하여 구경할 대상으로 여기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받아들여진다.

또한 미국의 한 장애인 학교에서는 비장애인 부모들이 자녀들을 일부러 장애인 학교에 등록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열린 마음, 즉 자신과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고 배려하도록 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학급에 혹여나 장애인이 들어올까 봐 염려 걱정하고 동네에 장애인 특수학교가 들어선다고 하면 땅값이 내려간다고 극구 반대하고 나서는 모습을 볼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될 때가 아직도 까마득해 보인다.

필자는 강의를 하면서 장애인의 이동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장애아동을 가능한 어릴 때부터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 신체, 그리고 심리적인 측면에서 중요하다. 장애인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립심과 자신감을 어릴 때부터 갖도록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한 명의 장애인을 보조공학의 도움으로 사회에 참여하도록 하여 비장애인과 같이 모든 것을 체험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여주기 식의 반짝 장애인 행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 지역 사회와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장애인을 위한 제반 시설을 더욱 확충하고 보조공학 분야의 심도 깊은 발전을 도모해야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주변에서 더 많은 유형의 장애인뿐만 아니라 한센인들, 그리고 이 땅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이 더 긍정적이며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나만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건강ㆍ장수하고, 골고루 똑같이 잘 살 수 있는 만인을 위한 선진복지국가가 구현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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