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옛 선비들의 자기교육법(3)
<대구논단> 옛 선비들의 자기교육법(3)
  • 승인 2009.04.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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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학남초등학교장, 아동문학가)

한훤당 김굉필(寒暄堂 金宏弼) 선생이 남긴 한빙계(寒氷戒)는 모두 18조로 되어 있다. 제9조는 `거사종검(去奢從儉)’으로서 `사치를 버리고 검소하게 지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생은 `지금 풍속이 옛날과 달라서 사치와 화려함을 다투어 구하고 있으니, 선비라 일컫는 이도 정원을 넓게 하고 비단옷을 입으며 진수성찬을 먹는 것을 호걸스러운 풍치로 생각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애달픈 일이다.

사치는 하늘이 만든 물자를 함부로 없애는 도둑인 바, 옛날부터 사치를 숭상하여 끝까지 그것을 보존한 자는 없었다. 또한 검소함을 숭상하고 실천하였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검소한 사람으로서 도(道)를 배반하는 자는 적으나, 사치한 자는 도를 버리기 쉬운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孔子)도 일찍이 사치하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하게 살 것을 가르쳤던 것이다.’라는 해설을 달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분에 넘치는 사치는 파멸에 이르는 길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제10조는 `일신공부(日新工夫)’로서 `날마다 새로워지는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생은 `오늘에 당연한 이치대로 행하고 또한 내일에도 당연한 이치대로 행하여 일상생활 자체가 당연한 이치대로 이루어지면, 날이 달이 되고 달이 해가 되는 것처럼 곧 인(仁)과 의(義)를 쌓아서 산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인과 의가 쌓이고 쌓이면 강물을 터놓음과 같아서 그 인품의 향기가 사방에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공자(孔子)도 일찍이 날마다 새롭게 되는 것, 이것이 성(盛)한 덕(德)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내일까지 기다려 보자고 한다면 그것은 매우 옳지 않다.’라고 주석을 달았다.

여기에서 공부라 하면 우리 생활 전반에 대한 태도를 이름이니 옛 가르침 그대로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新又日新)’을 추구해야 바람직한 삶이라 하겠다. 제11조는 `독서궁리(讀書窮理)’로서 `책을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선생의 독서법이 어떠하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선생은 `글은 대충 많이 읽기보다는 간추려서 요점을 얻도록 하는 것이 옳다. 무릎을 꿇고 단정히 앉아 공경히 책을 대하여 깊이 그 뜻을 음미하면 그 이치가 스스로 나타날 것이고, 이치가 나타나면 곧 고기를 씹듯 단단히 씹어서 소화시킨 뒤에 더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만일 성인(聖人)의 글이 아닌 것을 읽는다면, 비록 하루에 만자(萬字)를 왼다 할지라도 소용없는 일이다.’라고 하여 난독하지 말고 정독을 하며, 좋은 글을 읽을 것을 가르치고 있다. 아마도 방법론에서는 `배우되 생각이 적으면 엉성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하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구절에 근거한 말씀이 아닌가 한다. `

망(罔)’은 `없다’는 뜻 이외에 `속이다’라는 뜻도 있으니 깊이 생각하여 자신의 의견을 바르게 하지 않으면 남은 물론 자기 자신을 속이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12조는 `불망언(不妄言)’으로서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생은 공자의 말씀을 빌려 `방안에서 말을 하여도 그 말이 착하면 천리 밖에서도 다 호응하는데, 하물며 가까운 데서야. 방안에서 말을 하여도 그 말이 착하지 아니하면 천리 밖에서 이에 반대하는데, 하물며 그 가까운 데서야. 말은 몸에서 나와서 널리 사람들에게 퍼지고, 행실은 가까운 데서 출발하여 먼데에 나타나는 것이니, 말과 행실은 바로 군자의 추기(樞機)인 것이다.

난(亂)이 생기는 것은 대개 언어 때문이니 임금이 기밀을 지키지 못하면 신하를 잃고 신하가 기밀을 지키지 못하면 몸을 잃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구절을 읽으면 바로 나 자신을 지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질없는 욕심으로 귀한 지면을 훼손하는 바로 이 글이 또한 불망언의 가르침을 어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옛 어른들의 가르침 앞에서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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