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 웃음치료사 배기효 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장
<와이드인터뷰> 웃음치료사 배기효 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장
  • 대구신문
  • 승인 2012.11.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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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특효약 전파...늘 웃는 대한민국 만들고파"
망가지면 모두가 즐거워...최초 '웃음치료 개론' 집필
배기효 대구보건대학교 사회복지과 학과장은 웃기는 교수다.

배 교수는 2011년부터 대구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맡는 등 여러가지 직함이 있다.

올해 1월부터는 대구시 사회복지위원장으로 활동중이며 2005년부터 지금까지 대구지역 복지협체 대표위원장, 2007년부터 대구 자원봉사포럼 회장, 2008년부터 대구공동모금회 부회장을맡고 있다. 또, 한국복지행정학 회장과 한국 전문대학사회복지교수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배기효 대구보건대 사회복지과 학과장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아침에 일어나서나 운전할 때 큰 소리로 '하하하하∼'하고 웃는다. 좋은 일이 있어 웃기도 하지만 열심히 웃다보면 기분이 정말 좋아지고 실제로 좋은일도 생긴다"며 "대구사람들은 특히 웃는 훈련을 많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직함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복지분야에서 만큼은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최고의 전문가이자 권위 있는 교수다.

배 교수에게는 소중한 직함이 하나 더 있다.

웃음치료자원봉사(Fun Volunteer) 단장이자 웃음치료사다. 배 교수는 명함에 표시할 정도로 이것을 다른 어떤 직함보다도 소중하게 여긴다. 본인이 좀 더 나은 봉사를 위해서 2007년 국내 최초로 이 단체(웃음치료자원봉사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웃음치료사 자격을 가진 300여명의 단원들과 매달 복지시설을 찾아 장애인, 노인시설의 불편한 노인 등을 대상으로 웃음치료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이들을 기다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만 오면 그저 즐겁기 때문이다. 몇 시간 동안 실컷 웃고 나면 아픈 것도 사라지고 몇 년 씩 젊어지는 것 같다는 것이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배 교수는 2009년 4월 장애청소년을 위한 웃음치료자원봉사단‘예스 펀 발런티어 Y.E.S(Youth Education with Smile) Fun Volunteer’를 창단했다.

웃음자원봉사단에서 분야를 세분화 해 특수학교의 장애학생이나 장애인 시설의 장애인들에게 교육을 겸한 웃음치료 봉사활동을 하는 전문 자원봉사 조직이다.

■본인이 망가져야 모두가 즐거워

지난 10월 22일 대구시 북구 태전동 복음실버타운 지하 강당에 큼지막한 노란 리본을 머리에 단
50대 남성이 들어서자 조용하던 곳이 갑자기 활기로 넘쳤다.

형님, 누님이란 말은 80대 할아버지, 90대 할머니가 모두 좋아 하는 말이라고 했다. 어르신들은 매주 이 남성과 학생들을 기다린다. 20여명의 학생들은 모두 반짝이 스카프와 빨간 코 안경, 고양이 가면을 쓰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조용하던 노인요양시설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들은 바로 배기효 교수와 이 학과 재학생들이 주축이 된 펀 발런티어(Fun Volunteer) 웃음치료자원봉사단원이다.

이들의 재롱잔치에 어르신들은 동심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었다. 어르신 손을 잡고 우울증예방에 도움이 되는 자전거 웃음놀이를 하고 손뼉을 마주쳤다. 처음 만났을 때 어색했던 어르신들과 학생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친구가 돼서 시간을 즐겼다.

배 교수는 “본인이 우스꽝스럽게 하고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클라이언트(사회복지 수혜자)들이 즐거워 하니 이보다 좋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본인이 제대로 망가진 사건(?) 도 있었다.

주간노인복지센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평소처럼 반기는 어르신들께 형님, 누나하며 반갑게 인사하는데 갑자기 한 할머니가 뺨을 때렸다.

치매 환자였던 할머니는 배 교수가 낯설게 보였고 본능적 방어 자세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주위가 어색해질 무렵 “하하하” 하며 크게 웃었던 이도 배 교수다.

그는 “우리 누님이 더 잘하라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수 많은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이처럼 예기치 않은 일들이 발생 할 때도 있다. 복지 기관이 아닌 일
반 노인 친목회에서 야유회를 가니 레크리에이션 사회를 봐 달라고 요청이 올 때도 있다.

이때는 웃으면서 어르신들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시간을 쓰게 해달라고 정중히 사양한다.

또 배 교수의 명함을 받은 사람이 한번 웃겨 보라고 하면 스스로 분위기를 밝게 유도 한다. 지인의 상가에 갔다가 조문을 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웃는 표정의 얼굴을 한 것도 평소 웃음 봉사 습관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웃음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가끔씩 웃기는 복장을 하고 스스로 망가진다.

하지만, 학생들이 조그만 틈을 보이면 그들이 갖춰야 할 윤리, 도덕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단호하게 바로 잡는다. 그런 모습에 학생들이 웃기도 하지만 교수의 열정을 배운 학생들이 감동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넘쳐나는 웃음 아이디어

배 교수가 웃음을 접목한 사회봉사를 위한 아이디어는 끝이 없다. 그가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모든 것에 최초란 말이 따라붙는다.

웃음자원봉사단 뿐만 아니라 ‘사랑의 토요학교’를 만들어서 지적 장애인을 위한 웃음치료 자원봉사활동을 매주 실시하고 있다.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서 2006년‘청소년 웃음 자원 봉사 체험학교’를 만들어 매년 운영했으며,2005년부터 재학생들이 사회복지사로서 역할을 다짐하는‘사회복지사 선서식’도 지역에서 처음 실시했다.

웃음치료 분야를 학문적으로 완성하는 것도 배 교수의 일이었다. 그는 서울대학교 병원 이임선 수 간호사와 함께 2009년 ‘웃음치료 개론’을 국내에서 처음 집필했다.

뿐만 아니다. 펀 발런티어라는 개념을 자원봉사론 교과서에 처음 접목했으며, 보건계열 학생들을 위해 ‘병원 웃음치료사’와 ‘펀 발런티어 리더’자격과정을 개설했다.

배 교수는 이런 학문적 성과가 교수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웃음 자원 봉사단의 역할과 웃음 치료의 효과가 열려졌는지 전국에서 배 교수를 초청하는 일이 많아 졌다. 배 교수가 웃음 치료 자원봉사에 대한 특강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번 정도였던 강의 요청이 갈수록 늘기 시작했다. 웃음 자원봉사단을 만들어야겠다 라는 결심을 한 것도 특강의 영향이 컸다.

지난 2007년 펀발런티어 봉사단이 본격적으로 활동하자 전국 기관에서 특강 요청을 해왔다.

지역을 벗어나, 광주시와 경남 함양, 인천까지 가야했다. 지방자치단체부터, 경찰, 소방서, 공무원 교육원 등 요청 기관도 다양했다.

지금껏 이 분야에 대한 특강만 200회가 넘는다. 뿐만 아니다. 노인성질환을 가진 청중들에게는 동작과 웃음을 통해 30여회 이상 특강하고 사회복지사 전문가 보수교육 특강도 20회가 넘는다.

■대구사람 더 웃어야

2011년도에는 자원봉사포럼회장을 맡으면서 그해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자원봉사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세계육상대회를 성공시키기 위해 시민들의 미소친절 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얼굴 구조상 입술꼬리가 처져 있어 가만히 있으면 괜히 불친절하게 보인다. 특히 대구사람들은 양반도시이다 보니 조상에게 물려받은 근엄함을 못 버린 탓인지 좀처럼 웃지 못한다”며 “사람이 70세를 산다면 보통 1년6개월은 거울 앞에 서게 되는데, 그 때마다 입술꼬리 올리는 연습을 하면 이미지가 확 달라지는데. 대구 사람들은 특히 그 훈련을 해야 한다” 고 말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수 많은 봉사와 일들을 하면서 정작 본인의 가정 복지는 어떨지 궁금했다.

배 교수는 “집 사람이 항상 가정복지도 못 하면서 무슨 사회복지를 하느냐고 물으면 내가 가정 복지에만 신경 쓰면 누가 사회복지를 하느냐고 대답한다”며 “대신 늙어서 열심히 할 테니 봐 달라고 말해요. 그러면 그냥 웃어 주는 집사람이 고맙다”고 했다.

배 교수는 사실 가정복지가 가정 힘이 든다고 말한다. 이제는 성장해서 모두 출가한 자녀들을 교육 시킬 때 화 날 때도 있지만 밖에서 하는 여러 가지 직함들 때문에 화를 참을 때도 많았다고말했다.

배 교수는 많은 자원봉사 단체를 창단했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가족 자원 봉사단’을 만드는 새로운 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배 교수의 본 직장인 대구보건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도무지 시간이 날 것 같지 않은데 대학에서 수 많은 일들을 처리해 나가기 때문이다.

대학에 처음 임용된 1982년부터 2003년까지 서무과장과 기획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본 대학이 전국 최고의 보건특성화 대학으로 성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기획실장 시절 대학의 전 학과가 참여하는 농촌봉사활동, 사랑의 헌혈축제를 기획했고 보건의료 학과들이 복지기관을 찾아 다니며 봉사하는 사랑의 혜민서를 만들어 봉사 대학의 이미지를 확고히 만들었다.

2010년부터 2년 동안 대학전략본부장직을 맡아 대학의 미래 비전을 설정하는데 한 몫을 했고 2009년부터 2011년 까지 사랑나눔청년사업단 지역센터장을 역임하며 대학이 지역 사회서비스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사회복지과 학과장을 맡으면서 학생 봉사동아리‘로타랙트’를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로타랙트 학생들은 2학년이 되면 대부분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획득한 후 웃음자원봉사단원으로도 활약한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 대학에서 단과대 학회장 등을 맡으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배 교수는 지금도 남모르는 스트레스가 무척 많다고 한다.

특히 일인다역을 제대로 소화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그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아침에 일어나서나 운전할 때 큰 소리로 아 ‘하하하하∼’ 하고 웃는다. 좋은 일이 있어 웃기도 하지만 열심히 웃다보면 기분이 정말 좋아지고 실제로 좋은일도 생긴다” 며 “자원봉사도 마찬가지다. 행복해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를 하면 행복해지고 즐거워진다” 고 말했다.

사회복지사자격증, 특수학교 교사자격증,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 웃음치료사 1급자격증 뿐만 아니라 배 교수가 보유만 자격증 수 만해도 20개가 넘는다. 대부분 사회복지와 관련된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는데 필요한 자격증이다. 배 교수는 이런 자격증을 100%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학교 생활과 어려운 환경의 이웃들에게 웃음 특효약을 나눠주는 것이지만 여기에 꿈을 하나 더 보태면 대구를 친철하고 미소가 있는 도시로 만들고 나아가서 대한민국을 늘 웃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배 교수의 웃음이 온 나라에 바이러스처럼 전파 되는 것 같았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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