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에 과감한 태클을 걸어라
과학기술에 과감한 태클을 걸어라
  • 황인옥
  • 승인 2012.11.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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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민주주의 스티븐 엡스틴·리처드 스클로브 외 지음 대니얼 리 클라인맨 엮음/갈무리/1만8천원
과학기술민주주의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의 가전제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의 대표 전자회사인 삼성전자의 2011년 매출이 약 120조를 구가하는 등 인기의 열매가 현실적인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이 금액은 지난 2011년 5월에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 정부에 대해 결정한 지원 금액과 맞먹을 만큼 엄청난 규모다.

선전의 일등공신은 물론 기술력에 있다. 하지만 기술 곳곳에 숨어있는 섬세한 배려가 녹아있는 휴머니즘적 요소 또한 기술력에 시너지를 높이는 간과할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술력과 휴머니즘의 결합이 실용성과 효용성을 충족시키며 지구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

사용자의 작은 불편 하나도 놓치지 않는 인문학적 감성을 한국의 전자제품에 접목시킨 이들은 다름 아닌 한국의 소비자들이다. 수동적인 소비자로 머물기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에 피드백(feedback)하는 이들의 보다 능동적인 역할 수행은 타 국가의 전자제품과 한국의 전자제품을 차별화하는 동인이 됐다.

한국 소비자들의 적극성은 급기야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첫 런칭 지역으로 한국을 선택하는 파워력으로까지 성장했다. 자칫 까다롭다고 비판하며 지나칠 수 있는 소비자들의 꼼꼼한 정서를 기술 생산자들이 적극 수용한 결과다.

한국 소비자들의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그들의 비판을 수용하는 기술 생산자간의 상호작용은 큰 맥락에서 보면 ‘기술 민주화’와 결부된다. 일반대중이 과학기술에 수동적으로 순응하기보다 자신들의 의견을 과학기술에 적극 반영하는 주체적 행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과학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오늘날 과학기술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인간의 의식과 생활패턴, 미래의 운명까지 지배하는 막강한 기제로 등장했다.

핵무기, 원자력, 줄기세포, 기후변화 등 이제 과학기술은 우리 삶 곳곳에 스며있지 않은 곳이 없으며, 그 영향력 또한 막강해졌다.

바로 지금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적 수용과 일반 대중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과 정치 등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민주화에 대한 요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으며 긴 역사만큼의 성과도 거두고 있는 반면, 과학 기술의 권위적 지배에 대한 인식과 민주화에 대한 요구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따라 최근 서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자각과 함께 기존의 시민권 개념을 과학기술 영역에 확대하는 ‘기술적 시민권’(technological citizenship)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연합법과 정치 못지않게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포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 논의 주체들의 주장이다.

책 ‘과학, 기술, 민주주의’에서 주장하는 바도 민주주의의 원칙과 이상의 과학기술 영역 적용과 관련된다. 책은 ‘민주주의와 전문성, 시민권과 과학기술의 관계는 무엇’이며, ‘권위주의적 과학 엘리트에 맞선 민주적 시민참여 과학은 어떻게 가능한가’에서부터 ‘사람들이 기술의 노예가 되느냐, 아니면 기술의 사용을 진정으로 지배하느냐’에 이르기까지 21세기의 가장 도전적인 쟁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과학기술의 민주화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탐색은 기후과학자, 페미니스트 과학철학자, 사회운동가, 간호학자 등 다양한 연구자들의 생산적인 대화로 풀어나간다.

이들은 “과학 전문가와 일반 시민 사이에 현존하는 지식, 발언권, 사회적 영향력의 불균형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과학 영역 내에서 시민참여를 증가시키는 것을 통해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며 쟁점을 점화한다.

이들 기고자들의 문제제기는 전통적으로 전문가들이 독점해 온 영역에서 일반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견해와 인간의 필요를 좀 더 지향하는 과학을 만들어 내지 못하게 가로막는 사회경제적·이데올로기적 장벽들에 대한 구체적인 탐구로 이어지고 있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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