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고교 평준화 정책과 공교육의 위기
<팔공시론> 고교 평준화 정책과 공교육의 위기
  • 승인 2009.04.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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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35년 동안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의 근간이 되었던 평준화 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고교 평준화 정책은 고교 입시에 따른 중학교 교육의 황폐화를 막고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정책이 지역별 고교의 수능 정보가 공개되면서 실질적 기능을 잃어버릴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제 고교 평준화 정책의 재검토를 통한 공교육의 강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평준화 정책이 흔들리게 된 것은 고교 선택제를 도입하고 자립형 사립고의 설립을 확대하여 자율과 경쟁 원리를 교육에 반영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는 특성화 교육과 경쟁력 있는 인재 육성이 절실한 시점에서 더 이상 평준화 정책으로서는 그 변화에 부응할 수 없는 현실의 변화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평준화 정책은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한 교육과 균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 강점이 있다. 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평준화 정책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교육 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통해 인재 육성의 효과를 거두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평준화 정책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며 수준별 교육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었다.

평준화 정책의 재검토를 통한 공교육의 강화를 논의할 필요를 제기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만이 아니다. 그 정책을 시행하는 동안 우리 사회의 교육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절이 아니다. 다양한 평가 기준을 통해서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교사의 수와 학교의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수준별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교육의 또 다른 목적을 생각할 때 지금의 평준화 정책은 오히려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는 평준화를 통한 양적인 인재의 공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특성화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공교육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학교별 지역별 서열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것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도 세워야 하겠지만 평준화 원칙을 고수하는 한 교육 현장에서의 특성화된 인재 양성은 쉽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사교육 열풍은 평준화 정책과 교육 수요자의 욕구 사이에서 생겨난 모순 때문이다. 학력 저하와 하향 평준화 및 학교 선택권의 제한 등의 평준화 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은 조기 해외 유학과 사교육 열풍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로서는 사교육을 통해서라도 자식의 학업 성적을 높이려고 한다.

그것은 더 좋은 대학에 보내어 더 좋은 취업 기회를 얻으려는 부모의 욕심 때문이다. 교육 수요자 층의 욕구와 경제적 부담 속에서도 자녀 교육에 매진하는 우리 사회의 교육 열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그동안 이 모순 때문에 야기된 혼란 속에서 우리는 충분한 대가를 치루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평준화 정책에 대한 재검토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정책으로의 변화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피하기 위해서 평준화 정책을 실시했지만 결국은 성적에 좌우되는 대학 입시 속에 공교육이 힘을 잃게 되었다.

학력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인데도 그것을 무시하는 과정에서 교실이 붕괴되어 가고 있다.
이제 평준화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개선 방안을 찾아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평준화 정책의 재검토를 통해 개별 학교의 자율적인 개선 방안도 마련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도 보장하는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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