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명감으로 형사하던 시대는 지났다.
<기자수첩> 사명감으로 형사하던 시대는 지났다.
  • 승인 2009.01.0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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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사회부 경찰 팀 기자들이 경찰서 지역형사 팀을 찾는 이유는 사건 확인을 위해서다. 밤새 일어난 사건을 확인하기 위해 아침마다 지역형사 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당직 형사들이 가장 먼저 반겨준다.

아침마다 보는 당직형사들의 눈은 휑하다 못해 눈 밑에는 진한 그늘이 져 있기도 하다. 밀려오는 피곤함은 신참 형사나 베테랑 형사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한다. 우리 지역 경찰서 지역형사 팀 형사들은 짧게는 5일에 한번, 길게는 7일에 한 번씩 당직근무라는 이름으로 밤을 새고 있다.

밤을 새더라도 바로 집으로 가서 쉬는 일은 드물다. 피의자 조사나 영장실질심사 등으로 인해 오후에서야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을 정도다. 당직 근무 외에도 범인검거를 위해 잠복을 하거나 추가 범죄를 밝히기 위해 피의자와 줄다리기를 하다보면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하다.

어느 형사는 10년 전보다 형사들의 업무가 5배는 많아 졌다고 툴툴 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비나 활동비는 늘 부족하기만 하고 가장 큰 부담인 실적이라는 벽에 눌려 살고 있다. 지난 2일 마감된 수사경과자 신청에서 희망자가 포기자보다 몇 배나 많았다.

지역 9개 경찰서에서 수사경과를 희망하는 경찰은 172명인 반면 수사경과자 가운데 경과를 포기하려는 경찰은 36명이었다. 말로는 형사를 그만하고 싶다고 하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수사경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지역형사 팀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희망자 대부분이 오전에 출근해서 오후에 퇴근하는 화이트칼라 보직을 원하는 경찰들이라는 분석이다. 형사는 경찰의 꽃이다. 요즘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형사를 하려는 경찰은 점점 줄 수밖에 없다.

지금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발령에 따라 움직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그들의 고통을 누가 알겠는가. 형사들의 처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그들이 사명감과 보람과 긍지를 갖고 즐겁게 나쁜 사람들을 잡을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지원해야 할 것이다.

천혜렬기자 racer7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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