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다른 느낌…“여기는 어딘가”
같은 공간 다른 느낌…“여기는 어딘가”
  • 황인옥
  • 승인 2012.12.03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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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이색전시 2題

박종규 展·김안나 展
대구 봉산문화회관에는 서로 다른 느낌의 개성있는 두 개의 전시실이 있다. 사면이 콘크리트 벽면으로 구성돼 천장의 투명창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과 인공조명이 없다면 요새 또는 동굴을 연상케하는 독특한 제4전시실과 사방이 투명유리로 조성된 전혀 다른 느낌의 또 하나의 특별한 공간 아트스페이스가 그것. 노이즈로 층과 차원을 표현하는 박종규展과 빛으로 우주와 자연의 무한함을 담아내는 빛의 작가 김안나展이 이 두 전시실에서 9일까지 열리고 있다. (053)661-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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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작 ‘Layers & Dimensions’
◇ 박종규의 ‘Layers & Dimensions’展

처음엔 캔버스 위에 하나하나 오려 붙인 합성수지 스티커로 물감이 표현했던 회화적인 느낌을 대신했다. 지금은 아크릴 수지 위에 구멍을 뚫는 것으로 작업은 더 단순화됐다.

제4전시실 중앙 벽면에 걸려 있는 작품 역시 가로80X세로60X두께0,5cm크기로 분할한 48개의 아크릴 수지 패널 위에 각각 7,000여개의 3mm의 작은 구멍들로 채워져 있다. ‘Layers & Dimensions’展이라는 주제에서도 감지되듯 서술을 배제하고 층과 차원을 강조하는 작가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의 예술적 감성은 미니멀리즘이 과연 인간적인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출발한다. 예술적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성골(聖骨)만으로 사물의 본질을 찾아가는 미니멀리즘에서 필연적으로 제거되거나 파편화된 잡동사니인 ‘노이즈’가, 과연 버려져야 할 쓰레기인가에 대한 그의 철학적 사유는 결국 21세기의 현상인 ‘인간소외’와 결부되는 듯 보인다.

작품의 외형에서 느껴지는 차가움도 그 때문인 듯. 한 번의 작업으로 뚫어진 하나의 구멍, 7,000여 구멍들의 합인 하나의 패널, 그리고 일정한 패널들의 합으로 연결된 벽면 위의 완성된 작품 등 고도의 산술적인 분할과 병합이 교차된 듯한 기계적인 조형성에서 차가움은 절정을 이룬다.

외계의 문자 혹은 점자용 그래픽, 디지털로 처리된 신호, 인간의 유전자 정보 등을 집적한 거대한 기록 보관소의 단면 같은 형상 역시 차갑기는 매한가지.

하지만 버려지고 소외된 재료들을 재수집해 작품의 중심에 놓으며 인간성 회복을 은유한 그의 철학적 사유는 따뜻하기 그지없다. 결국 그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휴머니즘이 아니었을까.

현대미술의 역사 속에서 벗어난, 제한 법위 밖의 제거 됐던, 주목받지 못한 존재로서의 잡동사니인 ‘노이즈’로만 층과 차원을 형상화함으로써 현대적인 선택과 변화의 과정에서 누락됐던 ‘관계’ 또는 ‘균형’을 되살려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것은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소외됐던 비주류의 지칭이며, 닫혀있던 ‘민주적 소통’의 가능성과 주류와 비주류의 합에 대한 염원인 ‘새로운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 것.

이번 전시에서는 층과 차원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3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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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나 작 ‘Out/In the Universe’
◇ 김안나 작가의 ‘Out/In the Universe’展

불빛과 유리는 따뜻함과 차가움, 동(動)과 정(情) 등으로 차별되는 접점을 찾기 어려운 사물들이다. 하지만 이 두 이질적인 사물에서 동화적 판타지라는 동일한 감성을 경험하게 된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에 대한 동경과 경외가 반짝이는 물체에로 감정이입 된 것 일터.

빛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김안나 작가의 이번 전시도 별의 판타지가 포함된다. 2006년 미국 뉴멕시코주 북서쪽 인디언 선사유적지 ‘차코 캐넌’에서 만난 쏟아 질 듯 무수히 많은 별들이 지구 역시 작은 공처럼 우주에 떠 있는 별과 같은 존재라는 것과 안과 밖이란 경계선은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작품의 모티브는 별이지만 7m 높이의 천장에서 늘어뜨려진 유리와 빛으로 표현된 다면반사체 구조물은 좀 더 다의적인 해석이 필요한 듯 보여진다.

다면반사체와 같은 재질의 삼각형 모양의 반사체들도 파편처럼 바닥에 예리하게 박혀져 천장과 바닥 사이에 매달린 구조물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흡수하고 있고, 바닥 전체에 투사되는 우주와 자연의 이미지를 담은 5분여 분량의 동영상이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돼 다차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작품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구의 ‘안과 밖’이 경계 없이, 우주공간과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질서와 조화 되는 하나의 의미로 서로 연결됨을 의미한다. 즉, 빛을 반사하는 우주 공간의 별과 별 내부의 빛이 서로 조화되는 자연을 은유해 갖가지 시공간의 기억과 기의 자유로운 흐름, 생명력의 확장”이라고 했다.

전시 폐막 하루전인 8일 오후 2시에는 거울지로 나만의 샹들리에를 만들어보는 참여프로그램 ‘나만의 빛’이 마련돼 있다. 참가비는 1만원.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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