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일에 대우는 ‘쥐꼬리’
고달픈 일에 대우는 ‘쥐꼬리’
  • 강성규
  • 승인 2012.12.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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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성·비정규직 차별 해소
20년 근무, 퇴직금 한번도 못 받아
“우리가 하루만 일을 안해도 대학 전체가 쓰레기 더미로 변할거에요. 대학은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활동공간이지만, 우리가 없으면 그분들이 학문에 전념할 수있는 쾌적한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을거에요.”

이현숙(가명·여·62)씨는 20년 가까이 대구 A대학교에서 청소를 해온 환경미화원이다.

이씨는 “청소 업무를 하며 겪는 고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요즘은 많이 줄었다지만 학생들이 술에 만취해 화장실에 토를 해 놓거나, 건물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불법 포스터와 유인물, 바닥에 붙은 껌과 아무데나 버려진 담배꽁초들을 치우는 것도 고역이다.

그래도 워낙 오랫동안 일을 해오다 보니 이제는 이골이 날대로 나 힘든지도 모르겠단다.

그녀는 일보다도 업무 중간 편하게 쉴 공간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제일 힘든 점이라고 했다.

현숙씨는 “지금은 옛날에 비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휴게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단대 건물이 많고, 심지어 남자 경비원과 같은 방에서 쉬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A대학 여성 환경미화원들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던 임금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업체 및 대학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특히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은 상당히 열악하다.

‘2012 세계경제 포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격차는 남성 정규직 노동자를 100으로 봤을 때 여성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61.3%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정규직 대비 남성비정규직의 임금은 54.2%,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39.6%이다.

이씨는 임금뿐만 아니라 소속도 실제로 일하는 대학이 아닌 용역회사로 돼 있다 보니 고용 및 근로 상황도 매우 불안하다고 했다.

현숙씨는 “회사가 계약을 맺는 용역업체가 거의 매년 바뀌다보니 미화원들은 계속 일을 하지만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며 “호봉이 인정되지 않으니 20년을 일한 사람이나 한 달 된 사람이나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고 했다.

업체가 바뀔 때 받아야 할 퇴직금도 이제까지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뼈빠지게 청소해 자식들에게 다 투자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씨는 이제는 딸들도 다 시집을 가고, 아들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어 더이상 먹고 사는 문제에 큰 미련은 없다고 했다.

그래도 다음 대통령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도 돈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급은 매년 똑같은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모두들 살 걱정, 먹을 걱정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일한 만큼 대우 받으며 최소한 밥값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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