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찾을거야…” 딸의 충격적 선언
“내 인생 찾을거야…” 딸의 충격적 선언
  • 황인옥
  • 승인 2012.12.0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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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온누리 ‘잘자요, 엄마’ 27일까지 예술극장 온
소통의 부재로 자살 선택하는 사람들 모티브 삼아
연극잘자요엄마공연모습
연극 ‘잘자요, 엄마’ 공연 모습.
딸이 엄마에게 자살을 통보하고 이해를 구한다. 결국 엄마는 딸을 설득하지 못한다. 딸에게 자살은 종속적 억압의 고리를 끊고 자주성을 회복하는 의식적 행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자살을 통보하고 시간차를 두고 생을 정리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이 황당한 내용은 1970년대 후반의 소설을 연극화한 것이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런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을 만큼 충격적이다. 흔히 자살은 혼자 은밀히 행하는 것이지 누군가(특히 부모)에게 통보하고 설득을 구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굳이 자신의 자살을 엄마에게 통보하고 이해를 얻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설정했을까. 바로 이 의문이 이 연극의 주제와 연결된다.

이 연극은 1970년대 후반 마샬 노먼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소설 ‘night, Mother’의 소설을 연극으로 만든 것이다. 1960~70년대 가부장제 하에서 억압받던 여성들의 자주성 회복을 외쳤던 페미니즘이 깔려있다.

가부장적 가정에서 남편으로부터 억압받고 무시당하며 한평생을 살았던 엄마 델마와 남편은 물론, 아버지와 엄마, 심지어 오빠에게까지 종속적인 삶을 살아온 딸 제시의 이야기가 극의 전반을 이끈다. 자살로 억압의 고리를 끊고 엄마로부터도 독립하는 주체성 획득과정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딸을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기보다 엄마 자신과의 동일시를 통해 딸의 인생 전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엄마로부터 벗어나 딸 자신의 정체성과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엄마와의 소통과 화해는 필할 수 없는 전제였다.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엄마의 절박함보다 주체성을 획득하려는 딸의 절박함이 더 강하게 표현된 것은 페미니즘에 대한 시대적 절박함 때문으로 여겨졌다.

이쯤에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한창 페미니즘 운동이 불처럼 일어났던 1960~70년대와 21세기인 지금의 여성의 권익은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21세기 관람객의 몰입을 위한 원작과 다른 극의 전개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 연극을 제작한 극단 온누리 신숙희 대표는 “21세기판 ‘잘자요, 엄마’는 가부장적 분위기 속에 억압된 여성의 얘기보다, 신자유주의에서 소외와 단절이 소통의 부재로 이어지고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자살은 이들이 소외와 단절을 끊고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가 된다”며 “최근 연극계의 화두인 ‘엄마와 딸’에 보다 집중해 그들의 애증과 화해에 극적 요소를 더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엄마역인 델마역은 목련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한 베테랑 연기자이며 온누리 대표인 신숙희가 열연을 펼친다. 딸 제시역은 전국연극제 연기상에 빛나는 서정란이 맡는다.

지역 극단 온누리가 올 연말 눈물샘을 자극할 연극 ‘잘자요, 엄마’는 5일부터 27일까지 예술극장 온에서 만날 수 있다. (053) 424-8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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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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