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한류’ 뿌리부터 찾아야
‘지속가능한 한류’ 뿌리부터 찾아야
  • 황인옥
  • 승인 2012.12.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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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신육복
신윤복의 풍속화 ‘단오평정’
문화의 속성은 강대국에서 약소국으로 전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한 가지 방법만 통용됐다면 지구촌의 문화가 이처럼 풍요로울 수 있었을까.

약소국의 고유문화가 강대국으로 흡수되기도 하고, 약소국에 전파된 강대국의 문화가 진화해 강대국으로 재 전파되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거쳐 지금의 다채로운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다. 한 국가의 특정 문화라 하더라도 소유권을 그 국가에게만 온전히 귀속시킬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문화의 속성을 이해할 때 특정 국가나 민족이 고유문화를 주장하고 문화적 우월주의에 빠지는 것은 지나친 국수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 멀게는 불교나 유교, 가깝게는 K-POP이 발상지보다 더 창의적이고 독특한 모습으로 우리나라에서 꽃을 피웠음에도 우리의 고유문화라고 주장했을때 세계인들의 공감대를 얻기 힘든것도 이 때문이다. 문화란 긴 지역과 세월을 거치면서 다양한 민족과 국가와 시대상이 덧씌워져 전파되고 그 전파된 토대 위에 그 지역의 정서와 철학과 학문적 깊이가 더해진 결과이므로.

한 국가의 문화적 미래가 궁금하다면 현재 눈앞에 펼쳐진 문화의 총체보다는 그 문화를 양산한 근간인 다른 문화를 흡수하는 태도와 방식, 특유의 정서를 가미한 재창조 역량 등 공동체 속에 내재된 고유한 문화유전자를 진단하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 될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한국문화유전자총서로 기획해 첫 출간한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에는 21세기 세계 속의 문화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인 고유의 문화유전자에 주목한다. 박종천 한국국학진흥원 고전국역실장은 “한류를 통해 대중문화 분야에서 한국 문화가 성공을 거뒀다. 이것이 한 시기의 현상에 머물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공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문화적 근원을 찾고,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지닌 한국인의 문화적 인지를 짚어봐야 한다“며 책 출간의미를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전문가 100명과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문화의 뿌리가 무엇인지 전화설문 조사한 것을 토대로 2012년 10대 한국 문화유전자를 선정했다. 책은 그 열 가지 문화유전자인 한국인의 흥, 끈기, 정, 해학, 곰삭음, 역동성, 예의, 공동체, 어울림, 자연스러움 등에 대한 참모습을 돌아본다.

공동 저자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는 “한국인의 문화코드의 핵심에 ‘자연스러움’이 있다”고 주장하며 자연석을 그대로 주춧돌로 이용하고, 굽으면 굽은 대로 기둥으로 사용했던 전통건축물을 근거로 제시한다. 못을 쓰지 않고 짜맞춤으로 연결한 방식도 자연스러움의 전형이라고도 밝힌다. 너른 풍경 속에 사람은 보일락 말락 수줍게 그려놓았던 옛 문인화 속에 나타나는 선조들의 ‘산수 중심’의 자연관도 소개한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김홍도와 신윤복 그림 속에 공통으로 감지되는 한국인의 해학적 정서는 무거움보다 가볍고 유쾌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코드와 특히 잘 맞아 보인다.

또 다른 공동저자 신광철 한신대학교 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생활상과 풍속을 묘사한 옛 풍속화에서 해학의 문화 코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며 빨래터에서 옷을 벗고 목욕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선비의 모습을 그린 김홍도의 ‘빨래터’와 단오절에 물놀이 나온 여인들을 바위 뒤에서 훔쳐보는 젊은 사미승들이 인상적인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한국인의 해학적 문화유전자와 연결 짓는다.

이밖에도 이상민 가톨릭대학교 ELP 학부대학 교수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K-POP 속에 담겨진 한국인의 ‘흥’을 소개하고, 송원찬 한양대학교 수행인문학부 교수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로 대변되는 한국인의 정을 소개하고, 박선아 칼럼니스트는 점점 배타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대 한국인의 정에 대해 꼬집고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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