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은 생기를 내뿜는다
혹한 두려우면 보리밭에 가라
뼛속까지 헤집는 바람이
심장을 후벼 파면 보리밭에 가라
이랑에 퍼질러 앉아
회심의 이삭을 매달아라
인고로 퍼지는 푸른 물결
칼바람 밀어낸 보릿골에 흰 나비 넘나들고
강 건너온 바람이 낭보처럼 경쾌하다
겨울 한가운데 갇힌 마음이거든
검푸르게 흔들리는 보리밭에 가라
활기에 요동치는 보리밭에 가라.
▷▶경북 의성출생. 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등단. 대구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집 : 공중정원(09년刊)
<해설>시인은 왜 보리밭에 가라고 외칠까? 이는 곧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닐까. 물질문명의 만연으로 황폐해진 우리의 의식세계를 좀 더 맑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자연에 회귀함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삶을 이룰 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보리는 낭만이 자리한 곳이 아니다. 가난과 배고픔의 상징일 뿐이다. 시인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것은 사람다운 삶은 자연에 있다는 역설을 강조함이다. ―제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