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녀석이 남의 것 보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슬그머니 드는 생각
난 그저 바보 같은 막내 동생도 닮고
그래 시대를 잘못 타고난 형들도 닮았다
괜히 싫어진다
아니 난 영락없이
아버지, 어머니를 닮아 버렸다
아니 할아버지, 할머니도.
(착하게 살기만 해서 뭐해?)
난 고스란히, 마음껏
내가 아는 사람들 모든 것
다 닮아 버렸다
우린 다 닮아 버렸다
그게 내 인생 기말고사 답안지 내용.
<해설>우리는 커닝의 묘미를 만끽하는 때도 있다. 우리가 태어나서 수많은 삶의 자장에서 부딪치는 것들에 하나둘 닮아간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 답안지에는 틀린 것도 있었고 맞은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게 바로 경험이요 훌륭함 삶의 밑거름이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금을 긋고 그 안에 안주해버리고 만다. 매너리즘의 구속마저 고마운 일 인양 생각하며 주체성을 읽어버린 한 마리 고독한 영혼이 되고 만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인은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같다.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고도의 안목이 놀랍다. 제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