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동광병원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그냥 업고 가라고 했단다
딸 셋 뒤에 얻은 장손을
놓칠 수 없었던 어머니
그래도 굵은 주사 한 대만 찔러달라고
억지 부려 맞히고는
늘어진 나를 업고 십리 길 밤길을
정신없이 걸어온 어머니
장씨네 산에 이르니
숨소리 들리더란다
요란스럽고 별난 우리 엄마 덕분에
나는 살아났단다
▷▶1948년 울산 출생, ‘부산시인’ 신인상, 부산시인협회 회원, 강서문학회 회원.
<해설> 죽어가는 아들을 업고 내달린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또 가망 없는 아들을 등에 없고 돌아서던 심정은 오죽했을까. 의사도 못 살린 아들을 어머니는 살려낸다. 이것이 어머니의 정성이요 힘이다. -서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