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단상
김치 단상
  • 승인 2012.12.1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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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순이 시인


긴 시간 함께 가려면

굵은 천일염으로

풋기운 죽여야 한다



태양초와 젓갈로 버무린

고추당초보다 매운 시집살이

묵묵히 견뎌야 한다



살얼음 사락거리는 김치 한 보시기

더운 밥에 척 걸쳐 먹으면

진수성찬 부럽지 않은 기막힌 맛



속마음 질펀하게 풀어놓고

어울려서 김장하는 날은

오래 두고 먹을 김치처럼

무한정 깊어지는 살가운 정

생각에 생각이 잠기는 철학처럼

발효되면서 맛있게 곰삭는다



▷▶김해 출생, 문예시대 등단(94), 시인, 동화작가, 부산강서문학 부회장, 낙동강문학상, 부산여성문학상 등 수상, 시집「길 위에서」외 7권, 그림동화『바다로 간 똘랑이』



<해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자신을 삭히는 것은 더불어 살기 위한 학적 변화이다. 부딪히는 고초당초도 묵묵히 견디면서 미운 정 고운정이 들다보면 한 세상 사람 사는 맛에 푹 빠지게도 된다. 이것이 한국적 삶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발효 음식이 많다. -서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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